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메트로 현장/몰리는 사람에 새·고기 내몰린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트로 현장/몰리는 사람에 새·고기 내몰린다

입력
2003.05.21 00:00
0 0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소리를 지르며 친구와 장난치는 아이, 작은 돌을 주워 수풀에 던지는 아이, 갈대를 꺾어 흔드는 아이…지도 교사와 학부모가 조용히 하라고 타일렀음에도 불구하고 관찰로를 걷던 개구쟁이 유치원생 10여명은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풀섶에선 새 몇 마리가 날아 올랐다. 한낮이었지만 공원엔 생태관찰 학생 뿐 아니라 운동 삼아 빠른 속도로 산책하는 주민들도 많았다.이처럼 샛강생태공원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새, 물고기는 오히려 감소, 어렵게 복원한 생태계가 다시 위협받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복원은 어렵고 오래 걸리지만 파괴는 순식간"이라며 적절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떠나는 새들

샛강생태공원은 1997년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으로 여의교와 서울교 사이 18만2,000㎡에 조성됐다. 경원대의 생태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복원 전인 96년 붕어, 송사리 2종 뿐이던 어류는 2000년 21종으로 늘었고, 14종이던 조류도 99년 46종으로 피크를 이뤘다.

하지만 가장 최근 모니터링한 2001년엔 조류가 36종, 어류가 14종으로 급감했다. 2000년까지 샛강과 생태연못을 무리지어 다니던 송사리와 잉어떼들이 사라졌고 버들치, 각시붕어, 동자개 모래무지, 강준치, 버들치 등도 눈에 띄지 않았다.

99년과 2000년에 새끼와 함께 샛강을 헤엄쳤던 원앙도 2001년엔 공원을 찾지 않았고, 후투티 노랑할미새 밭종다리 때까치 굴뚝새 멧새 검은머리쑥새 등도 관찰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텃새와 여름철새, 겨울철새가 2종씩 줄었고, 3종이 관찰되던 나그네새는 2001년엔 단 한 종도 보이지 않았다.

생태를 위협하는 환경들

공원의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 지금은 연 1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윤중로 벚꽃놀이기간 등 특정기간에 인파가 몰리기도 하지만 겨울에도 하루 100여명, 늦봄부터 가을까지는 하루 600∼700명이 찾는다. 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새가 불안하지 않겠느냐"며 "산란기에는 특히 주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방문객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샛강 가까이에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둑을 따라 광장, 한성, 진주 등 3개 아파트단지에 1,8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이중 한성아파트는 주상복합형 아파트로 재건축돼 세대가 더 늘어날 전망이고, 36층 이상의 고층건물 4개동으로 구성된 대우트럼프월드 1, 2에는 곧 552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63빌딩 옆에는 2004년 아파트 230세대, 오피스텔 200가구가 입주할 40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리첸시아가 공사중이다.

산책 중이던 50대의 한 주민은 "여의도뿐 아니라 대방동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조깅하러 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면서도 "풀섶에 들어가지 않고 산책로를 따라 뛰는데 큰 문제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완전 개방된 6만여평의 공원을 관리하는 직원은 7, 8명. 유배근 관리팀장은 "샛강에서 몰래 고기를 잡거나 취사를 하려는 몰지각한 사람들도 가끔 있다"며 "방문객들은 이곳이 위락이 아닌, 생물관찰과 학습 공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실 임봉구 연구원은 "생태공원은 일반공원과 달리 생태를 고려한 공간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며 "자연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생태공원을 육성, 보전하기 위해서는 산책로를 외곽으로 돌리고 데크나 전망대 등을 설치해 동식물 고유공간을 안전하게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출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방문예약제 등을 통해 방문자 수와 시기를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원 생태모니터링 작업을 해 온 경원대 최정원 교수는 "공원에대한 서울시의 관심이 처음보다 크게 떨어졌다"며 "아직 공원내 생태복원의 흐름이 깨질 정도는 아니지만 섬세한 관리와 보전을 위해 외국처럼 민간에 위탁해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