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소설가 이창래(38)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두 권의 소설 '네이티브 스피커'와 '제스처 라이프'로 역량 있는 미국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신작 소설을 위한 취재 및 자료 조사차 고국을 찾았다. 20일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의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빌딩 10층 소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한국에 올 때마다 고국이 급격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게 돼 놀랍다"고 영어로 말했다.최근 세번째 소설 'aloft'를 완성, 내년 초 미국에서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힌 그는 "앞서 낸 두 권의 소설은 국적과 인종 차이에서 비롯한 갈등을 담았지만 세번째 작품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미국인 남자가 자식들에게서 느끼는 이질감이 작품 속에서 집중적으로 그려진다. 이씨는 "가족이라는 관계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고통도 아픔도 주지 않느냐"며 "이렇듯 멀어진 관계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새롭게 구상하는 네번째 소설도 한국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삼았다.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으로 부른다"며 "미국인 중 한국전쟁 참전자들이 적지 않지만, 한국전쟁을 다룬 미국소설은 거의 없다. 이 부분에 착안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그에게 '한국'이란 자연스럽게 솟아나오는 작품 소재다. 그는 "어떤 목표의식을 갖고 한국 관련 소설을 쓰는 게 아니다. 작가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루는 게 아닌가"라면서 "결국 소설가는 사회 안에서의 자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문학관을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껏 '당신은 한국인인가 혹은 미국인인가'라는 질문에 언제나 당혹감을 느낀다면서,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가를 자문하는 대신 무엇이 내게 속해 있는가를 묻는다"고 현재 진행형인 정체성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명문 프린스턴대 인문학 및 창작과정 교수로 임용돼 강의한 지 두 학기 째인 그는 토니 모리슨, 조이스 캐롤 오츠 같은 유명 작가들과 같은 '지적 공동체' 안에서 생활한다는 데 큰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유능한 학생들이 많다. 아시아계 학생들도 만나는데 그들은 20년 전 내가 던졌던 질문,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시대는 달라졌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은 소속에 대한 의지와 일탈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 안의 한국적 부분은 점점 줄어들겠지만 죽거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내게 공기와 같다"고 말했다. 경기 일산의 숙부 집에서 머물고 있는 이씨는 26일 이한한다.
/글 김지영기자 kimjy@hk.co.kr
사진 김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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