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세계를 다루는 '전파견문록'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특히 '퀴즈 순수의 시대' 코너에서 아이들이 내는 문제는 기발하고 아이다운 재치가 돋보입니다. 그래서 종종 질문이 다듬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아이들의 문제 출제 과정에 어른들은 정말로 간여하지 않는 건가요. (hera267)
"나무꾼이 나오면 바로 끝나요"(정답―끝말잇기) "여기에서는 선이 가장 중요해요"(컵라면) "사나이들은 여기에 막 뽀뽀를 해요"(수도꼭지)
3년 가까이 방송된 '전파견문록'이 여전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답변이 주는 즐거움에 있습니다. '전파견문록'이 숱한 오해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과연 아이들만의 힘으로 그런 질문을 내놓을 수 있을까?' 제작진은 모든 문제는 아이들 스스로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단언합니다. 어른이 간여하면 티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대신 재치 넘치는 출제자를 발굴하고, 후보로 뽑힌 아이들이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까지 눈물겨운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퀴즈 순수의 시대' 출연 자격은 7세 어린이입니다. 정규학교 교육을 시작한 8세 아동은 '규범적' 질문을 내놓는 경향이 있고, 7세 미만 아동은 한글을 익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출연이 힘들다는 게 제작진의 경험에 의한 결론이지요.
출제자 선발 경로는 크게 유치원 방문 면담, 인터넷 신청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제작진은 매주 여섯 곳의 유치원을 직접 방문해 아이들을 1차로 선발합니다. 아이들을 상대로 수수께끼 놀이를 하고 이중 가장 톡톡 튀는 설명을 하는 아이를 뽑는 식이지요. 사전에 오디션 계획이 유출될 경우 극성 엄마들의 치맛바람을 톡톡히 맛봐야 하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는 후문입니다. 또 매주 한번씩 인터넷으로도 신청자를 10명씩 선발합니다.
이렇게 1차 오디션이 끝나면 제작진과 아이들의 개별 면담이 시작되는데 '전파견문록' 작가 5명이 모두 나서서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해야 합니다. 통상 한 아이당 1시간 반 가량 대화를 가지는데, 가령 사과를 예로 들면 '사과는 누가 좋아할까' '어떻게 자르면 예쁠까' 식으로 계속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톡톡 튀는 질문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이들이라 생각에 한계가 있는 만큼 끊임없이 대화를 해 나가면서 스스로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나가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로 이 코너의 비결인 셈이죠. 강미영 작가는 이를 위해 "동화책도 읽어주고 군것질 제공 공세도 펴는 등 온갖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렇다면 최종 오디션에서 선발되는 아이들은 어떤 유형일까. 제작진은 유치원에서 추천하는 '모범' 학생들이 뽑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합니다. 말은 잘 못해도, 엉뚱한 발상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유리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유치원이나 학부형도 '전파견문록' 선발 결과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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