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사관학교 출신 첫 여군 장교들이 사상 처음으로 '금녀(禁女)의 벽'을 넘어 한국형 구축함 등 전투함에 배치된다는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20일. 2년 전 임관해 현재 중위가 된 선배 여군 장교들은 후배 장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치밀어 오르는 아쉬움은 억누를 수가 없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장교로 임관한 사관후보 96기생 가운데는 여군 장교가 13명 포함돼 있다. 2년 전 이들은 3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해군사상 최초의 여성 장교가 되면서 세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주인공들이다.이들 중 7명은 해군 병과의 '꽃'이라 할 항해 특기를 받고 초급 장교로 첫발을 내디뎠다. 공사에 입교한 생도들이 대부분 하늘을 나는 조종 특기를 꿈꾸듯 바다에 몸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해군에 지원한 이들은 고된 훈련 끝에 당당히 항해 병과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당시 이들에게 허락된 배는 전투함이 아닌 군수 지원함과 잠수함 구조함이 고작이었을 뿐 단 1명도 군함중의 군함이라 할 전투함에는 배치를 받지 못했다. 이듬 해 학사장교로 소위 계급장을 단 여자 97기생들도 전투함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해군의 한 장교는 "사관학교 출신은 첫 졸업생을 곧바로 전투함에 배치하면서도 한국 최초의 여성 전투함 함장을 꿈꾸며 자원 입대한 학사장교 출신들을 배려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그들이 느낄 소외감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직업군인을 꿈꾸며 입대한 이들이 부딪치는 현실의 벽은 또 있다. 중위가 된 이들은 근무연장과 장기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해군측으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신분의 불안감도 느낀다. 군의 한 관계자는 "선후배간에 서로 이끌어주면서도 끊임없이 경쟁하는 것이 장교 사회의 미덕"이라며 "이들이 출발점부터 사관학교 출신에 비해 홀대 당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화합 차원에서도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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