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달러 하락세 용인 입장이 유로와 엔화 가치의 경쟁적 절하로 이어지는 이른바 '환율전쟁' 우려가 높아지면서 환율의 향방이 국내 증시와 경제 전반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일부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의 추세적 연장과 이에 따른 미·일·유럽연합(EU)간 '통화전쟁' 가능성까지 상정하고 있으며, 달러 약세가 심화할 경우 교역조건이 더욱 악화하면서 수출과 증시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통화전쟁'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달러 약세도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 조만간 달러 약세가 진정되면서 증시와 경기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달러 약세 향방 논란 팽팽
최근 서방선진 7개국 회담(G7)과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의 관련 발언을 통해 분명해지고 있는 미국의 달러 약세 용인 분위기는 경상 및 재정수지 적자 확대 속에서 저금리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달러 약세가 수출 확대-경상 적자 감소 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달러 약세가 수입 물가 상승을 야기해 최근 우려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도 낼 수 있으리라는 다목적 계산도 작용한 것이다.
물론 달러 약세는 미국 자산가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월스트리트 등 미국 내 해외 투자자금의 유출 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부분 전문가들은 미국의 달러 약세 용인 범위가 증시 등 미국 내 외국인 자산의 대규모 유출을 야기하지 않는 수준에 국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주초 이래 뉴욕증시의 상승탄력 둔화는 달러 약세에 따른 수급불안감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조짐"이라며 "유로권의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최근 기술적 단기 저점인 115엔대에 근접하고 있는 엔·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의 한계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이에 따라 달러 약세가 조만간 멈출 경우 국내 증시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 등은 상대적으로 뚜렷한 반등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고조되는 미·EU간 경제전쟁 가능성과 세계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전쟁 이후 고조돼온 미·EU간의 관계 악화는 무역분쟁과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EU는 지난해 이래 유로화 대비 23%나 하락한 대 달러 환율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가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정책조율이 없는 대결양상이 벌어지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음식료·철강 등 달러 약세 수혜
당장 진행 중인 달러 약세와 관련해 증시에서는 외화부채가 많고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항공·음식료·철강·에너지 관련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농심, CJ, 포스코, 동국제강, INI스틸, 현대하이스코, 한국전력 등이 환율 관련 상승 가능주로 추천되고 있다.
대우증권은 "내수 비중이 높아 환율 영향을 덜 받는 종목도 방어적 투자의 대안"이라며 하이트맥주, 롯데삼강, 웅진코웨이, 동양제과, 한진, 농심, 동아제약, 한국제지 등을 대안 투자처로 추천했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고 외화자산이 많은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해당 업종으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 현대차 등 자동차 업종, 삼성중공업과 LG전자 등 수출 주력업종 등이 꼽혔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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