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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변재일 정통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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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변재일 정통부 차관

입력
200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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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내가 담배를 피우게 된 계기는 '멋있어 보여서'였다. 대학에 들어간 1969년, 선배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 그럴 듯 해 보였다. 사실 그 전부터 영화나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도 한번 피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담배 연기가 무척 낭만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흡연량이 늘어 십여년이 지나자 담배 피우는 내 모습은 낭만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어졌다. 1994년 12월부터 국무조정실 산업심의관으로 근무할 때는 잠시도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회의때는 물론이고 사무실, 차 안, 집에서도 줄창 피워댔다. 하루 평균 흡연량은 4갑을 넘었다. 담배를 살 때는 반드시 10갑 단위로 살 정도였다. 혹시 담배가 떨어질까 봐 사무실 사물함과 차 트렁크에 항상 담배를 10갑씩 넣어두었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지 30년째인 96년 1월, 대형 건물이나 사업장, 상가 등에 의무적으로 흡연구역을 설치하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이 발효됐다. 정부종합청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흡연구역에서 구차하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정말 멋이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에 별도의 국장실이 없어 직원들 몰래 피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하긴 했다.

주변에서의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계획을 세웠다. "술을 마실 때 특히 담배가 피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1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술도 끊기로 했다. 금단 증상이 와도 1개월은 꼭 참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혹시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남들에게 담배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시무식 때부터 금연을 시작했다. 그러나 의외로 담배가 무척 피우고 싶다든가 손이 덜덜 떨린다든가 하는 금단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입이 좀 심심해서 건빵을 먹기 시작했더니 몸무게가 불어난 정도였다. 남들보다 쉽게 끊은 셈이다. 담배를 끊어 좋아진 점은 많았다. 목이 안 좋아 툭하면 감기에 걸렸지만 지금은 감기를 모르고 지낸다. 혈색도 크게 변했다. 담배를 피울 때는 얼굴이 검은 색이이어서 원래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끊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랄 정도로 하얗게 됐다. 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건강이 나아지고 주변 환경도 깨끗해지니 집안 식구들도 좋아한다. 담배 냄새 때문에 부모님 등 웃어른과 대면하기가 꺼려지는 일이 없어 인간 관계도 좋아졌다.

아주 가끔 피우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가 있지만 작은 욕구에 굴복했다가 다시 하루에 4갑을 피우게 될까 봐 절대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피운 담배를 끊는 사람에게 '독종'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주변의 온갖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독종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이런 분들에게 건강 뿐 아니라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담배를 끊을 때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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