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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라이선스사업, 팬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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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라이선스사업, 팬 읽어라

입력
200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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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팬들은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팀 로고가 붙은 상품을 스스럼없이 구입하는 팬들의 이러한 성향이 스포츠 라이선스 상품시장을 급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다.하지만 황금알을 낳을 것 같았던 이 사업이 전세계적으로 9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상품화 사업이 하락하게 된 첫째 이유로 너무 많은 제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종류가 몇 가지 없어 팬들이 선택하기가 쉬웠는데 지금은 뭘 골라야 할지 망설일 정도로 팀 로고가 부착된 제품의 종류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10년전 만해도 미국 프로야구 최고 인기팀 뉴욕 양키즈의 라이선스 제품수는 20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300종 이상으로 늘어 팬들이 선택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또 이로 인해 여러 업체가 한 품목을 놓고 납품경쟁을 벌이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져 도산업체도 많아졌다.(실제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졌던 '스타터', '프로 플레이어' 같은 굴지의 라이선스 용품 공급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두번째 요인으로 팬들의 패션 취향의 변화를 꼽았다. 과거에 팀 모자를 쓰거나 유니폼을 입는 것을 유행처럼 여겼던 팬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스포츠 라이선스사업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1994년의 메이저리그파업, 미국프로농구(NBA)의 노사분규 등도 팬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든다.

국내의 스포츠라이선스 제품수는 팬들이 선택을 망설일 정도로 아직 다양하지는 않다. 하지만 신세대의 취향변화는 국내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80년대 초반만 해도 학생들이 등교할 때 팀 유니폼이나 모자를 착용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라이선스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그런 학생을 보기가 드물다.

최근 도마위에 오른 월드컵 상품화사업도 사업주체가 이런 추세를 잘 읽었더라면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프로스포츠계도 월드컵 상품화사업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스포츠 라이선스사업은 수익성 예측이나 파트너 선택, 품목설정, 소비자의 취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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