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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미술치료展/마음으로 그린 그림, 노년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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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미술치료展/마음으로 그린 그림, 노년의 초상

입력
200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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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고있는 김수근(74·가명) 할아버지는 노인미술치료 프로그램에서 손 그리기를 하는 날, 한쪽 손만 그리는 남들과 달리 양쪽 손을 모두 도화지에 담았다. 한쪽 손에는 금반지를, 다른 손에는 옥반지를 낀 모습이었다.그림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할아버지는 금반지의 내력에 대해 초등학교 교장시절, 교사들이 회갑기념 선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 옥반지는? 통 감정변화가 없는 김 할아버지는 미술치료사의 질문에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할멈이야, 할멈, 보고싶어"라고 토로했다. 옥반지를 낀 아내의 손을 그린 것이다. 아내는 몇 해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림은 친지의 얼굴 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중증 치매를 앓고있는 김 할아버지가 닫혔던 기억의 문을 열고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넘치던 시절을 끄집어내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이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치유로서 미술의 기능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노인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노인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경기 과천 갈현리미술관에서 26일부터 6월 8일까지 열리는 '노년과 미술- 치유로서의 미술'전이다.

중증 치매환자부터 정신질환을 앓고있는 노인, 대학교수 의사 등 전문직종에 종사하면서 젊었을 때부터 미술에 관심을 두었던 노인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직접 제작한 미술작품 40점이 전시된다. 치매환자가 그렸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세부묘사를 보여주는 만다라, 콩과 팥 등 알곡들을 촘촘히 박아넣어 완성한 손모양 부조, 진흙으로 빚은 뒤 색을 칠해 완성한 탈, 물감을 번지게 해서 완성한 꽃그림 등은 비록 아마추어의 작품이지만 노년의 삶을 건강하게 꾸리려는 의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는 전시와 함께 미술치료 강좌도 함께 연다. 독일 일본 등에서 예술활동을 통해 건강한 노년을 이루기위한 방법론으로 개발돼 국내서도 서서히 관심을 끌고있는 미술치료를 직접 접해볼 수 있는 기회다. 미술치료는 미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노인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면서 노년기 소외감과 자신감 상실, 불안감 등을 해소하고 자아존중감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이다. 독일에서 정신과 치료를 위해 처음 개발됐으며 국내서는 2000년대 들어 도입됐다. 강좌는 30,31일 6월 6,7일 오후 2시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전시회를 기획한 정여주 원광대 예술치료학과 교수가 강의를 맡는다. 강좌당 참가료는 3만원이며 30명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정여주 교수는 "그림은 의사소통의 수단이면서 자기표현의 방법이다. 노인들은 그림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지나온 삶과 다가올 죽음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기회를 얻는다.

또 가위 오리기나 진흙빚기 등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손작업은 손 근육을 강화하고 인지능력의 쇠퇴를 둔화시키는 등 노년기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이번 전시회가 노년기 예술활동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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