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처리문제가 회생쪽으로 가닥을 잡았다.채권단은 19일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결과 SK글로벌의 부실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6조원보다 약간 많은 6조5,000억원 수준에 그친 데다, 청산가치(-5조9,188억원)가 실사가치(-4조3,874억원)보다 낮게 나타나 법정관리나 청산보다는 그룹 차원의 지원을 전제로 한 회생쪽으로 SK글로벌 처리방향을 정했다.
채권단은 이를 위해 SK(주) 1조5,000억원, 채권단 3조원 등 총 4조5,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실시, 이날 밝혀진 SK글로벌의 자본잠식액 4조3,874억원 전액을 해소키로 잠정 결정했다. SK그룹은 또 SK글로벌의 추가 자본확충을 위해 최태원 SK(주) 회장이 보유한 워커힐 호텔 지분 전량을 매각, 1,000억∼1,5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키로 했다.
출자전환 및 감자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SK글로벌의 자본잠식액을 전량 해소하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가 SK(주)의 출자전환 규모와 1대1 비율이어서는 곤란하다"며 "SK(주)가 SK글로벌에 대해 갖고 있는 매출채권 1조5,000억원을 전액 출자전환할 경우, 채권단은 6조6,000억원의 전체 채권액 중 최소 3조원을 출자전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주)는 당초 매출채권 중 절반 가량인 7,000억원만 출자전환하겠다는 뜻을 채권단에 밝혔으나 채권단은 "그 정도 액수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액 중 1조5,000억원은 보통주,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우선주 형태로 채권단이 갖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가 당초 1조5,000억원에서 2배로 불어난 것은 SK글로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자본잠식이 될 경우 증권거래법 규정에 따라 상장 폐지될 위험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특히 SK글로벌이 정상화하더라도 출자전환 규모가 워낙 커 대규모 감자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감자 규모를 검토키로 했다.
최태원 회장 워커힐 지분 매각 이 관계자는 "SK그룹도 SK글로벌을 어떻게 하든 살린다는 방침 아래 최근 최 회장 보유 워커힐호텔 지분 전량을 매각, 1,000억∼1,5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채권단에 밝혀왔다"며 "SK그룹은 이 같은 매각계획을 자구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3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자 자구계획안의 일환으로 워커힐호텔 주식 325만주(40.70%)를 비롯한 보유 주식 전부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비상장주식인 워커힐호텔의 1주당 가격을 최대 4만원으로 평가할 경우 총 매각대금은 1,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 보유 주식은 그룹차원에서 매각을 추진할 수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워커힐호텔 지분 매각 계획은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실사결과 해외펀드에 넣어뒀던 SK텔레콤 주식 등 은닉자산은 4,220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 본사와 해외 현지법인, 본사와 그룹 계열사간의 거래 내역이 아직 실사 단계에 있어 최종 실사결과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SK글로벌이 해외 펀드에 묻어둔 은닉자산 등 기타 자산을 감안하면 부실자산 6조5,000억원 중 5,000억∼6,000억원 정도는 회수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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