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행사인 5·18기념식이 한총련의 불법시위로 수라장이 될 때까지 경찰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국가원수가 뒷문으로 입·퇴장을 하고 행사가 지연된 사건은 듣도 보도 못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한총련은 이미 행사 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 방문에 맞춰 방미 저자세 항의와 한총련 합법화 요구시위를 계획했으나 경찰은 안이하게 대처했다. 인도에서 피켓시위를 한다는 첩보만 믿고 있었으니 그 해이된 자세와 무신경이 놀랍다.
지금은 한총련이 31일로 예정된 제11기 출범을 앞두고 축제와 시위를 통해 학생운동 붐을 새로 조성하려 하는 시기다. 광주·호남의 민심도 여전히 예사롭지 않다. 또 노 대통령의 방미외교에 대한 반감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누구나 알 만한 치안수요가 이처럼 겹쳤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으니 국가 공권력이라 할 것도 없다. 한총련에 대한 성급한 합법화 논의는 공권력을 무장해제 당한 것처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번 일은 정부가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있다.
어제 행자·법무장관이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엄중 대처방침을 밝혔지만, 엄중 대처원칙은 시위학생들 뿐만 아니라 경찰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적용돼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결과적으로 조장한 불법 파업사태가 우려되며 공무원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대립 등 공권력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은 많다. 지금과 같은 식이어서는 안 된다.
한총련은 이번 일로 합법화와 수배 해제의 명분을 모두 잃었다. 구속·수배자만 더 늘리는 자충수를 왜 두었는지 의아할 정도다. 한총련은 5·18정신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한 구속·수배 해제를 새로운 투쟁목표로 삼는다면 국민여론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더 나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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