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마라톤대회 풀코스 신청을 했다. 나는 원래 7년 동안 꾸준히 조깅을 했다. 1주일에 이틀 정도는 아침에 30분 가까이 동네 골목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동안 달리기를 포기했다. 귀가 시간은 매일 밤 12시, 아침에는 달리기보다 잠자기가 더 소중했다. 그렇게 걸어다니기만 한 지가 3년.독일의 외무부 장관 요슈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저자는 달리기를 통해 불과 1년만에 37㎏을 빼 110㎏대의 초비만형 몸매를 70㎏대의 날렵한 몸매로 변화시켰다.
내친 김에 마라톤 풀코스까지 완주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10㎞씩 한 시간 이상을 달렸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몇 가지 강한 메시지가 뇌리에 박혔다. '그 바쁜 사람이 매일 뛰었다, 밤에도 뛰었다, 거구를 이끌고도 하루에 한 시간을 뛰었다….'책을 덮고 나도 달리기 시작했다.
3년 만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날 50분을 뛰었다. 전에는 30분을 조금만 넘어서도 '힘들다'고 느꼈는데, 3년만에 그것도 50분을 뛰고도 전혀 힘든 줄 모르는 자신이 경이로웠다. 내가 마라톤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고정관념이 깨어지자 나는 밤 11시에 운동복을 입고 뛰어나가 1시간씩 10㎞를 달리고도 호흡이 평화로웠다. 어느 날 20㎞에 도전했다.
첫 도전에서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겨우 달렸지만 무릎 보호대를 차고 재도전해서 20㎞도 가볍게 뛰게 되었다. 이제는 30㎞도 자신이 있었다. 대회를 한 달 앞두고 30㎞도 어렵지 않게 성공, 30㎞를 뛴 사람이 42.195㎞를 못 뛰겠느냐는 자신감이 붙었다. 결국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마라톤을 완주했다.
대회통계를 보니 반환점을 통과한 참가자 중 95%가 완주에 성공했다. 즉 20㎞를 뛸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42.195㎞를 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10㎞를 뛰는 사람은 누구나 20㎞를 뛸 수 있다.
그러니 10㎞를 뛸 수 있는 사람은 완주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능력으로 보면 누구나 마라톤을 할 수 있다. 그런 목표를 갖고 시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 유 식 알라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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