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이 미 달러화의 기록적인 약세행진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해 미국이 10여년간 유지해 온 '강한 달러' 정책에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스노 장관은 17일 프랑스 도빌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후 "지난해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21% 하락한 것은 적당한 것이었다"며 "(최근 달러화의 하락은) 통화가치가 진정으로 공정하고 완만하게 조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한 달러는 외환시장에서의 가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스노 장관이 강한 달러 정책을 "효과적으로 해체했다"고 해석했다.
스노 장관은 지난 주 abc방송에 출연해 "달러화 하락으로 미국의 수출이 갈수록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는 "정부에 의한 의도적 정책은 없다"면서 달러화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 주 1유로에 1.1624달러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엔화에 대해서도 1달러가 115.34엔까지 떨어져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저금리와, 경상수지 적자 등 경제 불확실성이 근본 원인이다. 때문에 미국은 달러 약세를 용인함으로써 수출 증가 등 경제 회복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투자 자본의 이탈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
유럽 등 선진국들은 달러 약세가 자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G7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환율 문제는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달러 가치가 급락할 경우 관련국들간의 논의를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보다 적극적이다.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장관은 지난 주 "엔―달러 환율이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의 외환정책은 우리의 구매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엔화 급등(달러 약세)을 막기 위한 개입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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