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두번째 생명받아 특별한 성년의 날"/아버지간 이식 김경하씨 소아간이식 모임 참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두번째 생명받아 특별한 성년의 날"/아버지간 이식 김경하씨 소아간이식 모임 참석

입력
2003.05.20 00:00
0 0

"제게 이런 특별한 '성년의 날'을 맞게 해준 부모님이 고마울 뿐입니다. 여러분도 용기를 잃지마세요."19일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성년의 날을 맞아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김경하(20)씨의 감회는 각별했다.

"너 눈빛이 왜 그러니"라는 친척의 이야기를 듣고 광주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것이 6년 전인 1997년 4월. 황달증세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던 병은 하루가 다르게 심해졌다. 최종진단은 윌슨병. 섭취한 음식물에 들어있는 구리를 체외로 배출하지 못해 간 기능을 저하시키는 선천적 질환.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는 희귀 질환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있던 가족들에겐 날벼락이었다. 조그마한 서점에서 나오는 수익금이 수입의 전부였지만 아버지는 1억원 가까운 수술비와 치료비 마련을 위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서점과 아파트를 처분했다. 금쪽 같은 막내 딸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 해 8월 아버지 김재승(55)씨는 딸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 수술대에 누웠다.

"아버지는 제가 멸균실에 격리돼 있을 때 매일 편지를 써서 보여주시곤 했습니다. '힘내라! 내 사랑스러운 딸아'라는 아버지의 글이 희귀병과 힘겹게 싸우던 제겐 너무도 큰 힘이 됐죠."

아버지의 헌신적 사랑으로 건강을 되찾은 김씨는 성년이 된 이날 6년전 엇갈리는 절망과 희망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던 병원을 다시 찾았다. 병원측이 마련한 '제1회 소아간이식 모임'에 참석, 비슷한 처지의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자리다. 성인축하선물로 받은 장미꽃 한 다발을 안은 김씨는 자신처럼 간이식 수술을 받은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며 가족애를 강조했다.

"제가 얻은 두 번째 삶은 저 혼자의 삶이 아니었어요. 제가 건강한 모습으로 어른이 됐음을 축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몸과 가족들의 깊은 사랑 그리고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 덕택이에요. 물론 저도 그런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베풀며 살도록 노력할 것 입니다. 여러분도 건강을 되찾으리라 믿어요."

15세 미만 소아간이식 환자와 부모 60여명은 김씨의 말에서 희망을 읽는 듯 뜨겁게 박수로 화답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