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라는 이름과 동격으로 취급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 이름 찾기에 나선 것일까.그린스펀 의장의 카리스마와 철저한 비공개 회의, 그리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언제나 전원일치로 의견을 내놓는 FRB의 전통이 최근 들어 미세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FRB의 불협화음이 자주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회의 중 의견 불일치가 회의장 바깥으로까지 새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FRB의 불협화음은 그 자체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FRB의 확신에 찬 결정은 그나마 휘청거리는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한 축이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FRB가 분열돼 있다"고 단언했다. 주요한 요인은 FRB 내에서 가장 낙관주의자로 통하는 그린스펀의 경기 전망. 그는 잇단 대규모 기업 회계 부정, 증시 붕괴, 대 테러전의 여파 등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이라크 전쟁이 약간의 걸림돌일 뿐, 경제 회복은 문제 없다"고 강변해 왔다.
그러나 FRB의 몇몇 동료들은 다르다. 곧 퇴임하는 윌리엄 맥도너프 뉴욕 연방준비은행 의장은 최근 "회계 기준 등의 기업 문제는 계속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안토니 산타메로 필라델피아 의장은 "이라크 전쟁이 침체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경기 회복은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추진력을 잃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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