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의 무리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대우 때문에 자살한 교사에 대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서기석 부장판사)는 2001년 자살한 전남 N중학교 교사 정모씨의 부인이 "남편이 교장에게 시달린 나머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7년간 정상적인 교사로 근무해 온 정씨가 새로 부임한 교장의 잦은 학사일정 변경, 학교행사와 관련한 추궁 및 질책, 모욕적인 비방발언 등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다 우울증이 발병해 자살하게 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로, 공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1974년 교편을 잡은 정씨는 2000년 3월부터 N중학교 도덕교사로 근무하면서 공석인 교감 업무 대행과 교무·연구부장을 겸임하는 등 전반적인 학교운영·관리를 총괄했다.
그러나 2001년 3월 새로 부임한 교장이 정씨에게 무리한 업무 수행을 독촉하고 기대에 못 미칠 때는 다른 교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을 제대로 못한다' '교무부장이 정신이 나갔다'는 발언 등으로 모욕을 줬다. 심지어 환경 정리가 마음에 안든다며 정씨에게 교내 액자를 모두 떼어내 다시 걸도록 하는 일을 시키기도 했다.
당시 교감 승진을 앞두고 근무 평정에 민감해 있던 정씨는 교장이 학생 지도를 이유로 교장 관사에서 함께 숙식하도록 하자 의욕 저하, 불안, 두통 등 증상을 호소했다. 정씨는 결국 병원에서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고 2001년 9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교장은 형사처벌이나 징계는 받지 않은 채 명예퇴직 형식으로 자진 사퇴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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