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결과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한총련 시위 등으로 번지면서 곳곳에서 '보혁갈등'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방미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국정의 기본 원칙과 국가 기강을 다잡아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방미 성과를 둘러싸고 나타나고 있는 국론 분열적 양상에 대해 청와대측은 뾰족한 대처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한총련 시위에 대해서도 청와대 내에서 강·온 양기류가 감지되는 등 국정운영이 일시적이나마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노 대통령은 19일 박관용 국회의장 등 5부 인사와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미국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판단했는데 한국에 와서 시달리다 있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이 귀국 직전까지만 해도 방미 성과에 대해 "대체로 흡족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국내 상황이 방미 성과 자체에 대한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스스로 나서 방미 성과를 홍보했다. 노 대통령은 "방미 과정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형식과 절차면에서 최선의 예의를 갖춰 예우에 소홀함이 없었으며, 그 결과 서로 긴밀히 협력할 수 있었다"면서 "일방적으로 우리가 상대방을 추켜세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평가"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한총련 시위에 대해선 "난동자에 대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할 것"을 지시하는 등 '난동자'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경비, 경호의 책임을 과도하게 묻지 말 것을 지시, 시위 난동자 처벌 위주로 대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도 "한총련의 불법은 엄정히 다뤄야 하지만 경호, 경비상의 문제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재인 민정수석은 "경비, 경호에 문제가 드러났다"면서 "경찰 자체조사 후에 잘못이 있으면 문책을 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청와대 비서실은 방미 결과에 대해 다각적인 홍보를 위해 부심하고 있으나 각 수석실에서 효과적인 홍보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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