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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딸 행세하며 회사창업주 아들과 결혼 / 직원 돈 10억 끌어다 쇼핑… 들통나자 해외로 / 20대 명품족 "사기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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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딸 행세하며 회사창업주 아들과 결혼 / 직원 돈 10억 끌어다 쇼핑… 들통나자 해외로 / 20대 명품족 "사기인생"

입력
200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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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2001년 4월 유명 패션업체에 취업한 H(27·여)씨. 그는 빼어난 미모에 명품 외제 브랜드로 치장하고 다니면서 스스로 '국내 재벌 집안의 딸'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화려한 옷차림 덕에 직원들로부터 '걸어다니는 금고'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는 입사 3년째인 지난 3월 회사 창업주 아들과 결혼하는데 성공했다.그러나 결혼생활이 2주만에 파경을 맞으면서 H씨의 '신분상승'도 물거품이 됐다. 입사후인 2001년 초부터 최근까지 직원 등 16명으로부터 14억4,000여만원을 빌려 이중 10억원을 가로챈 사기 행각이 드러났기 때문. 그는 피해자들에게 자신과 성(姓)이 같은 대기업 창업주를 같은 집안이라고 소개하고 아버지는 모 일간지 대주주, 어머니는 모 사립초등학교 이사장이라고 속였다. 더욱이 H씨는 "사촌언니가 경영하는 P신용금고에 돈을 맡기면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말로 직장 동료들을 끌어들였다. 동료들은 입사 초기 학벌과 미모 덕에 창업주측의 눈에 띄어 일찌감치 '며느리감'으로 낙점된 H씨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직장 동료 A(26)씨의 경우 지난해 10월 신용금고에 확인한 결과 H씨와 성이 같은 사람이 이사인 것을 확인, 카드와 현금 등 총 9,600만원을 빌려줬다 피해를 입었다. H씨는 A씨에게 일부 원금과 이자 등 3,000여만원을 돌려주는 방법으로 A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H씨의 총 사기금액은 카드 746건, 현금 145건 등 총 10억7,000만원. H씨는 범행이 드러나자 지난달 16일 캐나다로 달아났다.

경찰수사 결과 H씨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빌린 카드로 국내 백화점의 명품 코너는 물론, 입사 직후부터 최근까지 이탈리아, 프랑스 등 10여차례 해외 여행을 하며 명품 쇼핑을 즐기며 사용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H씨의 비뚤어진 허영심도 문제지만 이 같은 유형의 사기가 가능한 세태도 문제"라며 혀를 찼다. 한 피해 여성은 "법적인 책임은 없다 해도 H씨를 며느리로 받아들인 회사 창업주측이 사기 피해액의 일부나마 변제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금명간 H씨를 지명 수배할 계획이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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