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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韓美, 北에 줄 당근도 제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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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韓美, 北에 줄 당근도 제시를

입력
2003.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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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내 언행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크다. 그러나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전략적 견지에서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는 몇 가지 긍정적 측면이 있다. 특히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제거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점이다.외교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협상테이블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직간접적인 신호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핵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이 취한 일련의 행동도 미국에 대한 신호보내기였고, 미국의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정책논란도 신호보내기다. 가장 좋은 예로 북한이 베이징 3자 회담에서 핵보유를 공언한 것, 그리고 부시 대통령이 호주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신호를 통한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신호를 정확히 읽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것은 신호의 정확한 해독을 방해하는 잡음, 즉 불확실성이다. 신호의 오독(誤讀)은 자칫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삐걱거린 한미관계다. 촛불시위 등 반미감정이 분출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한미관계의 재정립을 공약했고, 미국이 이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음으로써 한미관계의 현재와 미래는 매우 불확실했다.

둘째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이었는데, 이는 결국 한미간 불협화음의 원인이자 결과다. 미국은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은 불가'라며 강경일변도의 태도를 고수했다. 반면 한국은 한반도 평화의 절대성을 강조하여 미국의 강경책에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 이는 한미 양측이 대북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의미할 뿐 아니라, 북한으로 하여금 정확한 정책입장을 정리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셋째는 대북정책의 목표와 수단을 둘러싼 미국 내 강온파의 대립이다. 북한 정권의 교체를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한 가운데 북한의 핵 보유는 인정하되 핵물질의 이전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렸다. 대화를 앞세운 가운데 선제공격도 불사해야 한다는 입장도 매우 강했다.

이번 한미공동성명은 이같은 혼선을 상당부분 정리했다. 그래서 일단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정책의 목표는 북핵의 완전한 제거에 두고, 수단은 일단 대화, 다시말해 협상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소위 '추가적 조치'도 결국 협상안의 일부분이다.

원래 협상이란 협박과 회유, 즉 '채찍'과 '당근'을 겸비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협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채찍은 무시무시해야 한다. 동시에 당근은 매우 맛있게 보여야 한다. 둘째, 채찍과 당근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에 그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 동안 미국은 당근을 거부하고 한국은 채찍을 거부함으로써 협상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제 채찍 부분에 대한 한미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미정상회담의 미진한 부분과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도 정해진 셈이다. 당근 부분,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대가와 조건에 대한 정리가 그것이다.

정부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대북정책의 기조 위에, 북한이 거부하기 어려울 정도의 매력적 대가를,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조건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협상의 조건을 보완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약속의 신빙성을 위해서다. 약속이 신빙성을 얻으려면 정책의 일관성과 일체성이 중요하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채찍의 협박이든 당근의 약속이든 그 신빙성이, 따라서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기왕의 철학에 비추어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직 공은 북한에 넘어가지 않았다.

김 태 현 중앙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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