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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 폐지 논란 쟁점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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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 폐지 논란 쟁점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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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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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가 없어지면 호적도 없어지나요?" "호주제 대신 1인1적제나 가족부를 생각한다는데 그게 대체 뭐죠?" "아버지 성을 안 따라도 되면 너무 혼란이 오는 거 아닙니까?" "호주제의 가장 큰 문제는 뭡니까?"여성부를 중심으로 법무부, 국정홍보처,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호주제 폐지 추진 기획단'이 16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기획단은 이르면 6월 중에 호주제 폐지를 위한 정부안을 제출하고, 폐지 후 대안을 마련하게 된다. 호주제 연내 폐지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이달 중 호주관련규정 등을 전면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하기 위해 추진중이다.

# 호주제 폐지주장의 근거는

인권위는 3월10일 호주제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서 호주제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36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혼인신고를 하면서 호주란을 비워두거나 부부를 모두 호주로 하면 가정이 성립되지 않아 가족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아내가 남편에게 종속된다는 것이다.

이혼해도 자녀 호적 옮길 수 없다

부부가 이혼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법원의 판결에 의해 자녀를 어머니가 키우거나 아버지가 양육권과 친권을 포기할 경우, 심지어 어머니가 따로 호적을 만드는 경우도 자녀는 아버지 호적에 그대로 남게된다. 이 경우 학교 등에 제출하기 위해 어머니의 주민등록을 떼면 자녀는 '동거인'으로 나온다.

여자가 재혼을 해 의료보험을 만들어도 자녀들을 올리지 못한 채 '건강보험카드'라는 이름으로 별도 등록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재혼과 함께 아이를 사망 혹은 실종신고 한 후 다시 출생신고 하는 아픔을 겪는 이들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절대로 성(姓)은 바꿀 수 없다

친아버지에 의한 성폭행과 남자의 일방적인 잘못 등으로 아버지가 '친권상실' 선고를 받는다 해도 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현행 민법은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를 것을 강제하면서 '성불변'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해 새 가정을 만들고 새 아버지가 자녀를 입양하는 형식을 취해도 이 원칙은 유지된다.

만약 두 남녀가 각자의 아이를 데리고 결혼하면 한 가정에 다른 성을 가진 자녀가 함께 생활해야 하는 '비상식적'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는 부모가 협의해 자녀 성을 정할 수 있도록 돼 있고 UN여성차별철폐협약 제16조 G항도 성에 관한 부부의 동등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미혼모, 자녀 뺏겨도 속수무책

최근 늘고 있는 동거 등으로 '결혼'이라는 제도 밖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혼인 외 자녀의 경우 아버지가 인지하면 무조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 호적에 입적하도록 돼 있는 실정. 아버지가 원하지 않아 어머니의 호적에 올릴 때는 출생신고서 및 호적부 부모란에 아버지 성명을 쓸 수 없다. 즉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자식'이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어느 때라도 어머니의 호적에 있는 아이를 자신의 호적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으로는 아이를 모른 척 하던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아이의 호적을 '파가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어려도 무조건 아들이 호주

현행 민법의 호주승계 순위에 따르면 아버지가 사망하면 부인이 아닌 아들이 호주를 승계하도록 돼 있다. 상식적 가족질서를 놓고 볼 때 말도 못하는 한두 살 짜리 어린 아이가 단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나, 어머니, 할머니를 제치고 호주가 되는 것은 부당하며 이 조항이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 호주제 폐지, 그 후는?

호주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가족관계 자체가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1989년 개정된 민법에 의하면 호주라 해도 재산상속에서 우월한 권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상속은 지금처럼 피상속인의 의사나 법률에 따라 남녀 평등하게 이뤄진다. 그렇다면 호주제가 폐지된 후 결혼, 가족생활 및 친족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부성강제' 폐지는 아직 미지수

우선 '집안의 주인'으로 정의되던 호주가 사라진다. 따라서 결혼해도 여자가 남편, 혹은 남편의 집안에 입적돼 '출가외인'이 되는 일도 없어질 예정이다. 또한 현재의 호주승계순위가 폐지되면 법적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권한과 지위를 갖게 돼 '아들이 없으면 대가 끊긴다' 식의 통념은 사라질 전망이다.

'부성강제' 조항이 폐지될 경우 자녀의 성은 부부가 협의해 정할 수 있고 이를 변경하는 데도 여유가 생김으로써 재혼가정과 입양가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호주제 관련법 중 실질적 폐해가 가장 많은 이 조항은 반대 여론이 거세 논란이 많은 부분. 호주제 폐지는 지지한다고 밝힌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6일 있었던 국무회의에서 "부성강제 조항 폐지까지는 자신이 없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폐지 후 대안 마련 연구 중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는 일인일적제와 가족부가 주로 거론된다. 일인일적제란 말 그대로 개인을 중심으로 호적을 정리하는 것으로 '개인별 편제'라고도 불린다. 기록에는 개인의 신분변동과 배우자, 부모, 자녀의 성명 등도 포함되나 가족의 신분변동사항은 기록되지 않는다.

가족부는 '기본가족별 편제'라고도 불리며 부부와 미혼자녀를 기본단위로 한 신분등록제를 뜻한다. 이혼할 경우 부부의 호적은 나뉘고 미성년 자녀는 친권자로 지정된 부모의 호적에 올라간다. '호주'는 아니지만 검색 용의를 위해 가족의 합의 하에 이를 대신할 '대표인'을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가족부는 이혼, 재혼 등에 대한 사항이 그대로 드러나고 부부 중심 가정을 강조함으로써 한 부모 가정은 온전한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는 등 문제의 소지가 남아 있다. 그러나 여성계나 '호주제 폐지 추진 기획단'은 일인일적부가 '한 가족은 한 기록 안에 있어야 한다'는 국민정서에 큰 반발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신중한 검토 끝에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호주제 관련법이란?

호주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호주제와 관련된 법조항을 삭제 또는 개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민법 제4편 제2장 '호주와 가족'이다. 여기엔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정 구성(제778조), 자녀의 부성(父姓) 강제(제781조), 아내의 부가(夫家) 입적(제826조 제3항) 등이 명시돼 아버지를 우선으로 하는 혈통주의와 남성우월의식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 외에 호주 승계순위를 아들―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규정한 제984조, 부인보다 아들에게 호주 승계 우선순위를 둔 민법 제8장과 친족회 등에서 호주의 권한을 강조한 제6장도 남녀평등에 위배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폐지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과 동시에 유림을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성균관 이승관 전례연구위원장은 "국민의 대부분이 아무런 불편을 느끼고 있지 않는 데 전체 국민의 2∼3%에 불과한 소수를 위해 민족의 근간을 형성하는 법률구조를 통째로 흔들 수는 없다"고 비판한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도 "부당한 부분을 조정해 나가야지 제도 자체를 뿌리 채 뽑아버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부가 '호주제 폐지 추진 기획단'에 유도회를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기획단 명칭을 '호주제 관련 국민여론조사단' 등 중립적인 것으로 바꾸지 않을 경우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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