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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교실 "남통장" 짱!/인천 대인高 남무현선생님 개설 1학년사이트 "인기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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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교실 "남통장" 짱!/인천 대인高 남무현선생님 개설 1학년사이트 "인기사랑방"

입력
2003.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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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이 5분 남짓한 인천 공촌동. 산업도로와 논밭이 엇갈려 펼쳐져 있는 이곳에 위치한 대인고등학교 1학년1반 학생들은 오후 5시가 되어도 방과(放課)라는 것이 없다. 집에서도 인터넷에 자리잡은 또 하나의 교실로 옹기종기 모여들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국어 교사로 1학년1반 담임을 맡고 있는 남무현(37) 선생님의 인터넷 홈페이지 '남통장'(www.freechal.com/namtong)은 대인고 1학년 학생들의 사이버 교실이다.이곳에선 학업 문제부터 이성 문제, 부모님과의 갈등, 진로문제, 흡연문제 등 가슴에 묻어두었던 어려운 이야기들이 술술 풀려나온다. 어색하지 않는 이모티콘 만큼이나 따뜻하고 솔직한 선생님의 조언 덕분이다. 친구들의 재기발랄한 '한마디'들도 곁들여진다.

여느 반(班) 커뮤니티와 달리 학부모들의 발길도 잦다. 아들의 몰랐던 고민을 읽고 장문의 편지를 남기는 아버지, 자녀 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조언을 구하는 어머니들의 글도 눈에 띈다. 지난 4년간 남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던 여러 선배들도 끊임없이 이 곳을 찾아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내리사랑'을 쏟는다. '호랑이 선생님' 같은 TV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선생님과 제자, 학부모들간의 살가운 모습이다.

올해로 교직 생활 10년을 맞는 남 선생님이 처음으로 홈페이지를 만든 것은 지난 99년. 당시 담임을 맡았던 3학년 10반 학생들이 수능 직후 만든 '스포츠 카페'가 모태다. 10명 남짓했던 카페가 점점 커지면서 반 커뮤니티가 됐고, 아예 '사이버 사랑방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인터넷을 통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실과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죠. 솔직하고 꾸밈없고, 더 자발적인 태도들에서 그동안 우리 교육이 잊어왔던 부분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 교실 활동을 고깝게 보는 시각이 있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있었다. 특히 '남통장' 홈페이지가 입소문을 타면서 학교 당국이나 부모님들의 반응이 은근히 신경쓰였지만 뜻밖의 호응과 함께 적극적인 뒷받침이 이어졌다. 이 학교 임한수 교장 선생님은 "인터넷을 교육에 활용한 모범적인 사례"라며 "자율과 인성을 강조하는 학교 방침과도 잘 맞는다"고 전했다. 부모님들의 반응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4반 최모 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선생님과 이런 환경에서 교육 받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며 "앞으로 열심히 성원하겠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남기기도 했다.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본래 우리 생각을 많이 이해해주시는 분이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어 정이 더 깊어졌어요." 김성윤(16) 군의 말이다. 한 학생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잘하라'는 다그침이 가끔 힘들게 느껴지지만 인터넷에서 그분들의 진심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고 말했다.

남 선생님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한 글쓰기 지도도 시작했다. '효과가 어떠냐'는 질문에 "통신용어에 익숙해져 있던 학생들에게 논리와 격식을 갖춘 글을 쓰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대답이다. 하지만 "선생님하고만 주고 받는 원고지 글이 아니라 반 친구들과 다같이 돌려보다 보면 서로의 다양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모습이 흐뭇하다"고 말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과열된 사교육의 병폐, 교단내의 갈등까지 겹쳐 불안하기만 한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사제와 학부모가 함께 정을 쌓는 '남통장' 회원들의 모습은 우리 교육의 밝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희망이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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