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이사회 정몽헌 회장이 2000년 6월 대북송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이닉스전자(구 현대전자) 측에 직접 1억달러 대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18일 하이닉스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00년 6월 당시 현대전자 박종섭 사장에게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니 1개월만 쓰자"며 현대건설에 1억달러를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전자 미일 현지법인은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대출금 2억달러가 송금된 6월9일 현대건설 런던지사 계좌로 각각 8,000만달러와 2,000만달러를 송금했다. 이 돈은 이후 증발되는 바람에 대북송금에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이 같은 사실은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현대그룹 총수인 정 회장이 직접 자금동원에 나서야 할 만큼 상황이 급박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북송금이 정상회담 대가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 회장의 약속과 달리 현대건설은 1억달러를 변제하지 않았고 같은 해 7월 현대전자 영국법인은 스코틀랜드 공장 매각대금으로 대신 돈을 갚은 뒤 현대건설 중동법인 '알 카파지'에 대여한 것처럼 회계 처리했다.
특검팀은 19일 정 회장을 소환, 대북송금의 목적 및 자금조성 경위, 정부측과의 사전협의 여부 등을 조사한다. 특검팀은 그간 조사를 통해 전체 대북송금 과정이 정 회장과 청와대측의 긴밀한 사전협의 속에서 진행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현대측이 대북송금 은폐를 위해 분식회계를 한 것과 관련, 정 회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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