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세먼지 수준이 76㎍/㎥(200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의 주요 도시 중 최악이라는 발표가 최근 나왔다. 먼지는 사람의 폐나 심지어 혈관까지 침투해 천식과 알레르기, 폐암 등의 질병을 일으키고, 반도체나 정밀기계 제조 과정에 끼어 들어 오류를 낳게하는 골칫거리다.그렇지만 먼지가 전혀 없는 세상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기상에서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없으면 도리어 문제가 생기는 영역도 적지 않다.
먼지(dust)란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다. 보통 크기(입자 지름)가 0.1∼50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정도.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먼지는 연소가스나 배출가스 등에서 많이 발생되며, 호흡기에 쉽게 침투한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아주 작고 가벼워 좀처럼 자연적으로 가라앉기 어려워 장시간 공기 중에 떠다닌다.
그런데 먼지가 이 세상에 전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우선 기상현상이 대부분 바뀌게 된다. 비나 눈 오는 것은 공기 중에 떠있는 미세한 먼지들을 중심으로 수증기, 물방울이 뭉쳐 더 큰 물방울을 이루고 이들이 구름을 만들어 비나 눈이 오게 한다. 따라서 빗방울이나 눈송이의 핵(核) 역할을 하는 먼지가 없다면 비나 눈을 볼 수 없다. 겨울철에 얼음이 어는 곳도 먼지를 중심으로 얼기 시작한다. 먼지가 쉽게 얼도록 촉매역할을 하기 때문.
인공 강우에도 먼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비행기를 이용해 드라이아이스나 요드화은(Agl) 등 비 씨앗이 될 먼지를 구름 위에 뿌려 비를 내리게 한다.
또한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빛이 투영체에 반사해 수많은 굴절을 통해 우리의 시야에 닿기 때문이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기 중에 떠있는 수많은 먼지다.
붉게 물드는 저녁놀도 먼지가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결국 저녁놀은 햇빛이 먼지에 의해 흩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 푸른색은 붉은색보다 더 쉽게 흩어져 붉은색 계통이 더 오래 남게 된다. 이것이 저녁놀의 붉은 색을 띠는 비밀이다.
먼지를 이용하면 원자력 발전을 할 때 나오는 유해한 이리듐, 옥소, 라돈 등 방사능 핵종(核種)을 쉽게 잡을 수 있다. 방사능 핵종의 크기는 대부분 1∼10㎚(1㎚는 10억분의 1m)로 아주 미세해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방사능 핵종은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에 잘 붙는 성질을 있다. 방사능 핵종이 먼지에 붙게 되면 그 입자 지름이 100∼2,000㎚로 커지면 이것을 금속필터로 잡을 수 있다.
이밖에 먼지는 미래에는 테러를 감시하는 기술에 이용될 전망이다. '똑똑한 먼지(smart dust)'로 불리는 초소형 센서가 바로 그것. 2년 전 미국 UC버클리의 크리스 피스터 교수가 처음 제시한 기술로 눈에 보이지 않는 초소형 센서가 옷처럼 우리 주위를 둘러싸 언제 어디서든지 환경변화나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을 감시해 보고한다.
똑똑한 먼지는 지하철이나 사무실 등에 뿌려 놓아 도심에서 벌어지는 생화학 테러를 예방한다. 전쟁이 났을 때 이 먼지를 적군 지역에 뿌려 놓으면 적의 생화학 무기 사용을 미리 알 수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마이크로시스템센터 김태송 박사는 "시스템칩과 무선통신 장비가 결합된 센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작은 것이 1㎜ 정도"라며 "크기를 수십 분의 1로 줄이고 기능을 훨씬 향상시키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부산대 기계공학과 이재근 교수, 기상청 응용기상연구실 오성남 실장, 경희대 환경공학과 김동술 교수>도움말=부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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