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대학생들의 시위로 노무현 대통령이 뒷문으로 입장하고 정치인들이 봉변을 당하는 등 극심한 혼란 속에서 진행됐다. 경찰과 청와대 경호팀은 '학생들이 인도에서 피켓시위만을 한다'는 첩보만 믿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대통령 경호에 중대한 허점을 노출했다.한총련 기습시위
한총련 학생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행사장 인근인 망월동 구 5·18묘역에 모여있다 노 대통령 도착 직전 국립 5·18묘지 정문 앞 2차로 30여m 구간을 기습점거하고 연좌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에 막혀 한동안 지체하던 노 대통령은 후문으로 들어가 5분 이상 걸어서 식장으로 들어섰다. 예정시간을 20분 가까이 넘긴 후에야 노 대통령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노 대통령이 결국 체면을 구겼구만"이라는 수군거림이 흘러나왔다. 노 대통령 일행은 기념식이 끝나도록 정문 봉쇄가 풀리지 않자 다시 후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노 대통령의 두 번째 일정인 지역 인사들과의 오찬 간담회 행사도 한총련 시위의 여파로 예정시간 보다 1시간 이상 늦어지고 참석자도 당초 절반 가량인 40여 명만 참석하는 등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전남대 강연 행사도 총학생회측의 반발과 학생 100여 명의 시위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봉변 당한 정치인들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는 5·18묘역을 참배하려 했으나 때마침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이 묘역 진입을 저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져 양복 단추가 떨어졌다. 이재오 의원과 한나라당 광주시지부 당직자들은 학생들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기념식이 끝난 뒤 입구가 차단되자 담을 넘어 밖으로 나왔다.
민주당 신·구주류 인사 등 여야 의원들은 언론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붙잡고 "5월 정신을 이어받아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즉석 연설을 하다 시민들로부터 "내년 총선용으로 '5·18'을 써먹지 말라"는 야유를 받았다. 식이 열리기 전 '민주의 문' 앞 광장에서는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 모임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노사모 회원 30여명이 "광주시민은 노무현을 믿습니다" 는 등의 구호를 외치자 '후광사랑' 회원 20여명은 "노사모가 노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고 정치개혁만 외치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한편 이날 경호를 맡은 김세옥 청와대 경호실장과 김옥전 전남경찰청장은 형제간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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