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주거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하나의 행복이다. 산에 오르면서 일상 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등산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1%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14%가 한 달에 한두 번 동네 뒷산을 찾는다고 답했다. 목적은 산책과 등산이 80% 가량 됐다.■ 산은 이제 많이 깨끗해졌다. 과일 껍질이나 각종 오물은 예전에 비해 무척 많이 줄었다. 산을 아끼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갈수록 극성을 부리는 것이 있다. "야호"하면서 크게 고함을 지르는 등산객들이 그들이다. 어떤 산에는 '야호나 고함을 치지 맙시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그 앞에서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린아이들에게 '야호'를 가르치는 어른도 있다. 개인적으로 호연지기를 기르거나 가슴속에 맺힌 것을 풀기에는 좋은 수단이 되겠지만, 산에 사는 겁 많은 야생 동물들에게는 그야말로 '큰 일'이다.
■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도원 교수는 얼마 전 한 환경잡지에 고함과 괴성에 시달리는 야생 동물의 피해 실태를 고발했다. 이 교수는 평지를 온통 시멘트로 발라 산으로 몰아내더니 이제 산에까지 몰려가 고함을 질러대 겁 많은 짐승들이 살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외국의 어느 산을 다녀보아도 한국 사람처럼 산에서 고함을 질러대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한상훈 박사도 같은 의견이다. 한 박사는 동물은 조그만 소리에도 놀랄 만큼 언제나 긴장하고 있어 등산객의 고함과 괴성은 짐승과 새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어떤 짐승은 충동적으로 도망가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야호'는 원래 산에서 길을 잃거나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려 구조를 요청할 때 쓰이는 신호다. 우리가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종합청사가 있는 경기 과천시는 최근 각종 시위에서 사용되는 고성능 스피커와 꽹과리, 징 등으로 인해 주민들이 소음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소음유발 도구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냈다. 산에서 야호를 외치는 것은 이와 같다. 순진한 짐승들이 얼마나 인간들을 원망할 것인가. 장난삼아 던진 돌이 개구리를 죽이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산에 올라 소리를 지르지 말고 대신 심호흡을 하자.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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