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상점과 공장이 모여있는 경기 용인시 구성읍 어정가구단지가 난개발의 위기에 몰려있다. 100만평 부지 위에 2006년까지 1만5,600가구가 들어서는 동백지구가 내달 본격 분양에 들어가면서 아파트 업자들이 바로 옆 어정가구단지에 눈독을 들이고 토지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시 계획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건설업체들이 단지 전체의 청사진 없이 개별적으로 아파트 건설에 나설 것이 뻔하다"며 "기반시설 부족에 따른 난개발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건설업체 너도나도 땅 매입
1980년대 초 자생적으로 생겨난 어정가구단지는 13만여 평 부지에 가구판매장 57곳과 공장 220여 곳이 들어서 있는 수도권 최대의 가구밀집단지다. 가구 관련 종사자만 4,000명이며 일반 가구점보다 값이 30∼50% 싸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주말에만 300∼400명 정도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 어정가구단지에 변화의 조짐이 분 것은 2001년 5월 용인시가 이 일대를 주거지역으로 지정하면서부터.
사실 건설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곳만큼 좋은 투자처는 없다. 동백지구, 구갈3지구, 구성지구 등 인근 택지개발지구처럼 녹지공간, 공공시설 등 도시기반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기반시설 하나 두지 않고 모두 아파트만 지어도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S, J, H사 등 건설업체들은 요즘 꾸준히 땅을 매입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의 관계자는 "이 일대는 현재 평당 250만∼3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고, 동백지구 개발에 맞춰 확장 계획이 잡혀있는 군도5호선 인접 땅은 평당 700만 원대까지 호가하고 있다"며 "동백지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자 이 곳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구단지 폐쇄되나
이처럼 개발의 영향을 받으면서 가구단지의 명성은 크게 퇴색하고 있다. 이곳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납품업자들은 물건 공급을 꺼리고 있고 고객 발걸음도 끊겨 심각한 공동화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주말 고객도 10∼20명 선으로 뚝 떨어져 업체 대다수가 개점휴업 상태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땅 주인과 20년 가까운 장기 계약을 한 세입자들로 '가구단지 개발=가구단지 폐쇄'로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
15년째 영업해온 한 업자는 "최근 건설업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일부 지주들은 재계약 의사가 없다고 밝혀 가구단지 폐쇄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라며 "십 수 년간 일해온 삶의 터전을 잃게 됐는데도 지주들이 영업권 등 아무런 보상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기형도시 변질 우려
가구판매장 및 공장 세입자 300여명은 최근 어정가구단지 개발·철거반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용인시에 탄원서를 제출키로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수도권 명물로 자리잡은 가구단지 보존 대책도 필요하고 정부나 시 차원의 난개발 예방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지 및 서북부 시민연대 관계자도 "택지개발지구가 아니기 때문에 아파트만 빽빽하게 들어서 교통, 학교, 녹지 모두 모자라는 기형 도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책위와 함께 공동으로 개발반대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아직 업자들이 정식으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허가를 요청해오지 않아 별달리 손을 쓰고 있지 않다"며 "난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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