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을 높이 쌓으려면 우선 모양이 찌그러지지 않은 깨끗한 동전이 필요하다. 또 동전이 높게 쌓여갈수록 바람이 불거나 옷자락만 닿아도 쓰러지기 쉽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사람의 수명은 이 동전 쌓기에 비유할 수 있다.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내적인 이상과 외부의 나쁜 기운을 물리쳐야 한다.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세균이 침범했을 때 염증이 잘 생기거나 또 이미 생긴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또 안에서 생긴 나쁜 물질이나 이상한 세포의 출현에 대하여 적절하게 제거하지 못해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정상적인 면역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노화를 늦추고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데에 중요하다.
특히 노인에게는 내적인 허약상태에 대한 보법(補法)이 한의학에서 활용돼 왔다. 즉 타고난 신체의 건강상태와 생활환경, 음식 또는 습관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것을 말한다. 자체적인 회복력을 증강시켜 질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다.
일반적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장수하는 방법으론 소식과 규칙적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미 국립보건원에선 먹이를 줄인 쥐의 수명이 오히려 늘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적이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전반적인 장기 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고 기력을 잃기 쉬운 여름철엔 인삼, 맥문동(麥門冬), 오미자(五味子)를 2:1:0.5로 배합하여 달인 생맥산을 수시로 마시면 도움이 된다. 노인 뿐 아니라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선수나 갈증을 심하게 타는 사람들이 이온음료 대신 먹으면 좋다. 또한 평상시에는 구기자(枸杞子)나 오갈피나무의 뿌리나 줄기(五加皮)를 달여서 차 대신 마시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창포(菖蒲), 지황(地黃), 삽주(국화과의 다년초), 감국화(甘菊花) 등을 달여서 물처럼 마시거나 술을 담가 먹으면 노인 보양에 좋다는 것이 동의보감에 전한다.
보약과 관련한 연구들은 재미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보기(補氣)하는 약물인 황기는 면역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가 하면, 보음하는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이 이물질을 없애는 선천적 면역기능의 증강효과가 있다. 일부의 약재는 '아답토겐'이라는 물질이 있어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서는 면역기능을 올려주고, 면역력이 과도하게 항진된 사람에게는 오히려 과민반응을 줄여준다.
김영철 경희대 한방병원 1내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