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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두번의 장례식, 두개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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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두번의 장례식, 두개의 선물

입력
2003.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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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휴 그랜트는 영화 ‘네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에서 그 다섯번의 통과의례를 거쳐 진정한 사랑을 얻는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1년 간격으로 친정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떠나 보낸 나는 두 번의 장례식을치르며 뭘 얻은 걸까.우선 인간 관계에 대한 깨달음들. 특히 선배와 후배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친구에 대해…. 일을 당하고 나자 누구에게 연락할 것인가가 첫 번째 과제였는데 자연스레 꺋 와주었으면 하는 그룹과 꺙 달라고 해도 될까 하는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또 뭐하고 있니, 내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빨리 와줘 마음속으로 외치고 싶은 얼굴도 몇 있었다.

신기하고 감동 받은 것은 꼭 와 주었으면 하는 친구들은 거의 모두 뛰어와주었다는 사실이다. 와 달라고 해도 될까 싶었던 사람들 중에도 상당수가찾아왔는데 이들은 평소의 내 게으름을 새삼 부끄럽게 만들었다.

집에서 아이들이 기다리니까, 별로 친한 사람도 아닌데, 문상지가 너무 멀어서… 갖은 핑계를 대며 봉투만 달랑 보낸 적이 많았고, 이 마저 생략한적도 있었다.

우정도 사랑의 일종이고, 사랑은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을 안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두 번의 장례를 겪으며 인생은 결국 서로 빚지고, 신세지며, 갚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래서 부모가 돌아가시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두 번째 느낀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소리지만 부모님은 결국 우릴 떠나가신다는 사실이다.

양쪽 부모 네 분이 모두 80대와 70대 후반, 비교적 오랫동안 건강하셨으니부모상은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다. 성심 성의껏 마음 써 드리지 못했음은물론이다. 갑작스레 일을 당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게내게 타산지석은 되지 못했다.

두 분의 떠남이 가져다준 또 하나의 변화는 이제 우리의 죽음에 대해서도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어머니를 땅에 묻어드리며 두 아이에게엄마 아빠는 그냥 태워라, 그저 조그만 납골당이면 된다고 말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평소 엄마 아빠도 언젠가 떠날 사람들이라는 걸 도무지 인정하려 들지 않던 둘째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친구가 이런 메일을 보내왔다. 죽은 자를 통해 산 자들이 다시금 만난다고. 그리고 산 사람은 죽은 이를 통해 자기 자신과 만날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가슴 아픈 기억일랑 다 강물에 흘려 보내고, 그리고도 남은 것들이 있다면, 영혼의 퇴비로 삼으라고…. 이 아름다운 계절에 사랑하는 이를잃은 모든 사람들과 이 메시지를 나누고 싶다.

이덕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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