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방미 기간에 대미관(對美觀), 대북관(對北觀)에서 보여준 변화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이러한 전격적 변화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뒤따르나 그 이유가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에 있었다는 점만은 분명해보인다. 원만한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전술적 선택이었다는 얘기다.그러나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보면 노 대통령의 변화는 전술적 측면, 또는 외교적 수사의 차원을 넘고 있다. 북한 핵 문제 등과 관련해 그 동안 밝혀왔던 대로라면 수용하기 어려울듯한 대목이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한반도 위협 증가시 (대북) 추가조치 검토', '북핵 상황을 고려한 남북 교류·협력 추진'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에 대한 찬사의 빈도와 수위에 있어 노 대통령은 이미 되물리기 어려운 지점에 가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실질적인 조정을 수용했다. 노 대통령의 변화가 전략적 지속성을 가질 것으로 보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 시절과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노 대통령이 전쟁위기의 불식만을 되풀이해 강조한 것은 북핵 문제의 복합적 성격에 비추어 다소 일방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의 변화는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고 대북(對北) 정책의 큰 틀을 잡는 데 있어 필요한 균형 감각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변화가 앞으로 전략·전술적 성공으로 귀결될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선 노 대통령의 변화가 예고 없이 미국에서 돌출적으로, 급격하게 이뤄진 점에 대해 "국민이 어리둥절하고 있다"는 등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신의 판단으로 전략적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돌출성은 그 자체로 '언제 또다시 바뀔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이 문제는 참모들이 노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해왔는지, 노 대통령이 어느 참모의 말을 경청하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 서동만(徐東晩) 국정원 기조실장 등 인수위 시절부터 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온 정책 당국자들이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의 연착륙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해온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 반기문(潘基文) 외교보좌관, 김희상(金熙相) 국방보좌관 등은 노 대통령의 변화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선회했다 해도 그것이 단순한 전략·전술적 차원의 변화인지, 아니면 국정 전반에 걸친 정책의 방향을 새로이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샌프란시스코=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