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가 만든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30개 변주는 30명의 인생처럼 다양하지만 마지막에는 처음곡으로 돌아갑니다."16일 저녁 8시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가진 대만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멜빈 첸(33·사진)은 30명의 인생은 아니지만 적어도 3,4인 분의 삶을 살아온 멀티 플레이어다. 예일대에서 화학, 물리학 학사 학위를 받고,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석사 학위, 하버드대에서 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화학을 전공한 이유는 미국에서 높은 보수와 안정된 직장이 보장되기 때문. "줄리어드를 졸업한 후 아직 음악만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화학자인 아버지도 어렵고 돈 안 되는 길을 말리셨고요."
그러나 5세 때부터 배운 피아노로 결국에는 되돌아 왔다. "인간에게 있어서 음악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선물"이라는 생각에서 "청중에게 음악이 주는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도 매일 한 시간은 화학 공부를 계속한다. "음악과 과학은 세상을 보는 방법이 다를 뿐 세상을 본다는 근본 목적은 같아요. 그게 제가 음악으로 돌아 온 이유입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드뷔시의 '판화', 쇼팽의 '녹턴'(야상곡) 등을 연주한 그는 지능지수(IQ)를 묻자 "측정해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고 웃어 넘겼다. 또 "사스(SARS)에 김치가 좋다는 말을 들어 열심히 김치를 먹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줄리엣 강, 캐서린 조, 안 트리오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현악 연주자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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