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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 돋보기]나무 뒤에 숨은 사람 / 정갑영 지음 영진 닷컴 발행·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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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 돋보기]나무 뒤에 숨은 사람 / 정갑영 지음 영진 닷컴 발행·1만8,000원

입력
200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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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선 어렵지 않다. 경제학 서적이라면 난해한 용어와 복잡한 수식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쉽게 풀어 쓴 경제 이야기'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를 들었다. 도박 복권 첫사랑 영화 명품 세금 등이 그것이다.제목부터 독특하다. 경제학 냄새가 나지 않는다. 제목은 러셀 롱의 시 '당신에겐 세금을 물리지 말고/ 내게도 물리지 말고/ 저 나무 뒤에 숨은 사람에게만 물리시오'에서 따왔다. 롱은 모든 백성이 과연 즐겁게 세금을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제목의 의미가 잘 살아난다. 넓은 운동장이 시장으로 바뀌면 술래와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의 관계도 쉽게 드러난다. 시장이 바로 술래와 숨은 사람의 나눔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경제학에도 십계명이 있다면 첫 계명은 무엇일까.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다.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이 말이 오랜 기간 실증적 경험을 통해 얻어진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의 원리라는 풀이다. 공짜처럼 보이는 것에도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 계명만 잘 지켜도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어제 점심은 선배가 사줘서 공짜로 먹었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자는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시장을 이해하는 것이고, 시장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게임의 규칙을 잘 이해할수록,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와 당신이 나무 뒤에 숨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은 표지에 저자의 사진이 실린 것과 캐리커처가 중심이 된 2종으로 나왔다. 구매자 연령 등을 고려한 것인데 경제학의 첫 계명이 생각난다.

이 상 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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