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후 귀국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성과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러자면 미국에서처럼 조심해야 할 대목과 말을 아껴야 할 부분이 많다. 노 대통령은 방미 중 "변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친미성향의 언동을 보여 주변을 놀라게 했다. 미국 조야에 팽배해 있는 자신에 대한 선입관을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국익을 해칠 수 있는 말 실수도 없었다.노 대통령 자신도 워싱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기내 기자 간담회에서 "(방미가) 처음이라 실수로 엉뚱하게 국익에 손상이 가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지적됐지만, 결과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주변의 여러 건의를 받아들여 신중한 행보와 말조심 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이러한 기조를 지켜야 한다. 방미성과를 요로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의 입장이 애매하게 봉합된 북한 핵 문제와 남북 교류협력을 북한 핵 전개상황과 사실상 연계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을 것이다. 사안의 미묘함과 외교에는 상대가 있다는 점을 십분 감안, 용어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평가받는 것은 공동성명에서 확인된 현안에 대한 정책조율 때문이 아니다. 노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사이에 개인적 신뢰가 구축됐다는 점이 점수를 딴 것이다. 정책조율은 사전에 실무진에 의해 이뤄졌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정상간 신뢰는 전적으로 대통령 자신의 몫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특유의 직설적 표현과 다면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어법 등은 신뢰의 지속에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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