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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국보강탈/전시실 CCTV조차 없어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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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국보강탈/전시실 CCTV조차 없어 무방비

입력
200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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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를 강탈당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국립공주박물관의 방범체계는 일반 가정집보다 못한 수준이었다.공주박물관에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괴한 2명이 침입한 것은 15일 오후 10시25분께. 박물관 관람이 오후 6시에 종료돼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학예연구사 박모(35)씨 혼자 당직 근무 중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박물관 출입구의 셔터를 내리지 않고 문도 잠그지 않은 채 당직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박물관이 마치 도서관인양 '개방'돼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범인들은 잠기지 않은 문을 통해 유유히 들어와 범행을 저질렀다.

전시관에서 20m쯤 떨어진 경비실에는 청원경찰 2명이 근무 중이었지만 강도 침입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박물관으로 통하는 길에는 1.4m 높이의 철문만 설치돼 있어 누구든지 맘만 먹으면 박물관으로 넘어 들 수 있지만 청원경찰 1명이 한 시간에 한 번씩 순찰을 도는 것이 경비의 전부였다.

범행도 식은 죽 먹기 였다. 범인 1명은 흉기로 박씨를 위협하고 나머지 1명은 1층 전시실의 출입문 자물쇠를 뜯고 들어가 둔기로 진열장 유리를 부순 뒤 유물들을 꺼내 달아났다. 불과 15분만의 일이었다. 범인들은 10여개의 진열장 중에서 국보와 고려청자 등이 있는 2개 진열장만 털었다. 1층 전시실에 있던 2개의 국보 가운데 비석 모양의 계유명삼존천불비상(국보 108호)은 크고 무거워 가져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보 19점과 보물 4점을 포함, 1,700여점의 유물이 전시된 공주박물관에 설치된 보안방범시설이라고는 당직실에 설치된 파출소 비상벨과 무령왕릉 출토 유물을 전시한 2층 전시실에만 설치된 폐쇄회로TV(CCTV)가 고작이었다. 비상벨은 숙직자가 결박된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었고 폐쇄회로TV는 낮에만 가동시켰다. 1층 전시실은 원래 강당이었으나 전시공간 부족에 따라 95년 전시실로 개조됐으며 당시 폐쇄회로TV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적외선감지기 6대가 설치돼 있지만 모두 꺼져 있었다. 순찰을 할 때 적외선감지기가 작동하면 경보음이 울리기 때문에 당직자가 잠시 꺼놓은 것 같다는 게 박물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곰나루 근처 웅진동의 새 박물관이 12월 준공되면 내년 초 이전하기 때문에 보안장비 투자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방범체계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범행"이라고 말했다.

/공주=전성우기자 swchun@hk.co.kr

■ 도난 문화재

국보 247호인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公州儀堂金銅菩薩立像)은 1974년 공주시 의당면 송정리의 한 절터에서 출토돼 1989년 국보로 지정됐다.

7세기 백제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높이 25㎝의 이 금동불은 4각형에 가까운 얼굴에 눈, 코, 입을 큼직하고 시원스럽게 표현했다. 신체에 밀착된 얇은 옷은 넓은 양 어깨에서 내려와 배 아래에서 X자로 교차됐고 팔에 걸친 옷자락은 양 옆으로 내려와 대좌(臺座)를 덮으면서 돌출되어 있다.

옷자락에 표현된 주름은 조각이 깊고 힘차게 돼 있어 평온한 얼굴 표정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얼굴이 풍만하고 눈가와 입술에 머금은 얇은 미소가 백제 후기 불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함께 강탈당한 청자상감국화문고배형제기(사진 위)와 청자상감포류문대접(아래)은 보령 앞바다에서 출토된 고려시대의 유물이며, 분청사기인화문접시는 공주 하대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유물로 비지정문화재이다. 보험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다.

/공주=전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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