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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대안, 새로운 지평을 연다

입력
200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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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심는사람들 등 엮음 이채 발행·1만원

'우리나라 직장인 다수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일의 재미를 느끼고 일의 가치를 내면화해 깨달음은 물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면 할수록 일이 싫어지고 그 일을 시킨 사람까지 원망하는 일이 늘어난다'.

지난 10일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대안, 새로운 지평을 연다―미래사회, 존재, 영성' 워크숍에서 발표된 글 중 하나의 제목은 '영혼을 집에 두고 출근하는 직장인―P씨의 하루'였다. '미래사회와 종교성연구원'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겸한 이날 워크숍은 이처럼 일에서 소외되고 결국 자신의 인생에서 남이 돼버린 사람을 위한 변화의 지평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책은 그 날 발표된 글을 한데 묶은 것이다.

이 책의 발간 취지를 알기 위해서는 연구원준비위원회의 주축으로 2000년 가을 출범한 '나무를심는사람들'이라는 모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모임은 간단히 말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시민운동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종교성'에 바탕을 둔새로운 변화의 지평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간사인 곽형모씨는 "80년대 계급 민족 진보 등 거대담론에 가려 있는 진보의 여백을 찾고자 하는 작업"이라며"그 자리를 정치경제의 관계로만 파악할 수 없는 자기성찰, 영성, 종교성 등의 주제로 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나무를심는사람들이 3년 동안 모색해온 변화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담겼으며, 모임이 연구와 활동을 겸한 조직적인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이 시작하려는 미래사회와 종교성연구원의 출범 취지가 담긴 것이다.

신학 철학 여성학 경제학 사회학 미래학 음악학 등 글쓴이 17명의 전공은 모두 다르지만 21세기 문명, 한국의 현실을 진단하는 뒤 내린 결론은 '존재의 변혁'이나 '연대의 필요성'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김조년 한남대 교수는 '간디의 사티아그라하―사회 개혁과 영성 훈련'에서 사회에서 진리를 실현한다는 것은 먹고 자고 걷고 사람을 만나는 것 등 일상의진리 실험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디의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이형용 한신대 강사는 '미래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자아, 연대, 종교적 감성'에서 연대 속에서 자유의 가능성을, 실존의 한계를 넘어 초월을 지향하는 종교적 감성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각론으로 생태여성학자인 김재희씨는 여성 스스로 내면에 있는 신성을 꽃피워 환경 위기, 자본주의의 야만성, 가부장제의 파괴적인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생명 중심의 가치관에 바탕한 공동체 회복으로 우리의 정치 문화를 탈바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는 "시민운동가에 필요한 영성은 세계의 변화와 평화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노동운동가 등 시민사회운동 일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민운동을 더욱 내실 있고 깊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 현단계에서 소중한 작업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의 면모를 책에서 한눈에 읽을 수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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