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주류는 16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가진 워크숍을 통해 '신당 대세론'을 확인했다고 보고 신당추진모임을 결성하는 등 본격적인 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했다. 소속 의원 101명 중 구주류 인사들을 제외한 54명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의원들은 6시간의 토론 끝에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위한 '국민 참여형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근태(金槿泰) 고문은 행사가 끝난 뒤 2쪽짜리 결의문을 낭독, 신당창당을 선언하면서도 당내 구주류와 기존 지지층을 의식한 듯, "자랑스런 민주당의 업적과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했다.워크숍을 주도한 강경파는 이날 신당의 성격, 민주당 해체 여부, 임시지도부 구성 등 민감한 쟁점을 둘러싼 온건파 및 중도파와의 격론을 막기 위해 이 사안들을 아예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인적 청산을 주로 하는 개혁신당론을 접어두는 대신 창당 취지에 동참하는 당내 모든 세력을 포용하는 온건·중도파의 통합신당론을 사실상 수용했다. 이는 다분히 "일단 신당의 대세를 형성하고 보자"는 심산으로 해석됐으며, 당초 예상과 달리 행사가 큰 진통이나 논란 없이 '맹탕 토론회'로 끝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문제는 덮고 일단 넘어가자'는 식의 워크숍 결론은 앞으로의 창당 과정에 적잖은 진통과 파란이 따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워크숍에서 중도파가 인적청산 및 신당추진 모임 구성 등을 놓고 "강경파가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간다"며 이의를 제기하는가 하면 일부는 중간에 퇴장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1시간30여분간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진행된 분반토론에서 그나마 쟁점이 됐던 것은 신당추진 모임 구성 여부였다. 강경파인 정동영 이호웅 의원 등은 "최소한 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 기구를 띄우고 대표도 선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중도파인 김상현 조순형 함승희 의원 등은 "별도로 신당추진 기구를 구성하면 국민들 눈에 분당(分黨) 사태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당무회의를 통한 공론화를 요구했으나 대세에 밀렸다. 이후 열린 전체토론에서 대부분 의원들이 신당추진모임 의장으로 김원기 고문을 추대하자, 조·함 의원은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퇴장,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앞서 신주류 지도부는 참석 규모가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 '머리수'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행사 초반 참석자수가 40여명에 지나지 않자 지도부는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나 밤 9시께 당 소속 의원의 절반을 넘는 54명으로 집계되자 비로소 "체면치레는 했다"며 얼굴을 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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