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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꽂이 / 검객의 칼끝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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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꽂이 / 검객의 칼끝 외

입력
200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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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객의 칼끝 /이영유 지음'기린 대가리를 늘이고 늘여 기차를 만들어/ 서늘해지는 大陸(대륙)의 끝 부근에 강제 착륙, 참으로/ 오랜만의 긴 휴식이 내 生業(생업)의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長江大河(장강대하)를 넘나드는/ 폐업한/ 劍客(검객)의 칼끝에 어려 있다'('오향장육'에서)

이영유(53) 시인은 다섯 번째 시집 '검객의 칼끝'에서 지독한 유머와 페이소스를 섞어 내놓았다. 우습고, 눈물이 난다. 목소리만 팔아먹고 사는 창녀, 축구공으로 쓰이는 돼지 방광, 하루도 못 채우고 죽어버린 하루살이 같은 것들이 시로 쓰여졌다. "어쩌다 보니 돼지고기, 족발, 삼겹살, 갈매기살 같은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돼지에게 좀 미안하다"고 시인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돼지의 세계'다. 세상이 돼지였구나, 인간이 돼지였구나. 문학과지성사 5,000원.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30분 /알렉산더 밀른 등 지음

신문 광고란의 한 줄짜리 카피, 시골 교회 묘지에 묻힌 한 여인의 이름, 가을에 맛보는 싱싱한 샐러리,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금연 결심, 옷의 단추를 등 뒤에 달고 살아야 하는 여자들, 늙는다는 것. 1900년대 초의 사소한 일상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잔잔하고 따뜻하다. 영국의 에세이스트 알렉산더 밀른과 로버트 린드, 알프레드 조지 가디너의 글은 사람들의 삶이 시간과 공간이 달라도 공유하는 무엇이 있음을 알려준다.

밀른의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30분'. "방학을 맞아 집으로 가기 전 학기 마지막 날 30분. 우리는 점심을 직접 주문해 놓고서, 몇 주일 만에 처음으로 의젓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면 우리 앞에는 방학이 길게 쭉 늘어서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이보다 더 나은 30분이 있었을 법도 한데 난 아직 만나지 못했다." 하늘아래 6,800원.

순수한 삶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여행을 떠난다. 남자는 아내와 헤어졌으며 M이라는 여자와 연애하고 있다. 남자의 여행 동반자는 17세 소녀로 독서광이며 음악을 좋아하고 개 한 마리를 갖고 싶어한다. 이탈리아 작가 안드레아 데 카를로의 이 장편은 남녀가 여행 중 주고받는 이야기다.

인간의 장점과 단점, 남녀 관계, 이혼, 적자생존의 논리, 이성의 과잉, 인간의 실존 등 수많은 이야기가 풀려 나온다. 남자가 소녀의 남자친구를 비판하면서 두 사람은 다투고, 차가 비탈길을 굴러 버려진 축사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서로 마음을 튼다. 실은 부녀지간인 두 사람이 나누는 갖가지 얘기와 함께 서로의 맺힌 마음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순수한 삶'이다. 민음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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