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요시오 지음·신금순 옮김 심산 발행·1만5,000원
멕시코와 주변 카리브해의 섬나라들, 그리고 그 아래 남미 여러 나라를 한꺼번에 일컬어 라틴아메리카로 부른다. 지리적으로는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를 이루는 리오그란데 강 이남 지역이다.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까지 스페인어를 쓰는 18개국과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 프랑스어를 쓰는 아이티, 그리고 영어를 쓰는 카리브해 10개국과 중미의 벨리즈, 남미 북동부의 가이아나(영어권), 수리남(네덜란드어권)까지 33개국이 라틴아메리카를 이룬다.
일본인 문화인류학자 마스다 요시오(도쿄대 명예교수)의 '이야기 라틴아메리카사'는 라틴아메리카의 어제와 오늘을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이야기는 2억 5,000만년 전에 일어난 지질학적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 전까지 남미는 곤드와나 대륙의 일부로 아프리카와 붙어 있었는데, 이 때 분리가 되면서 북미와 연결된다. 이 거대한 이동 결과, 남미는 세계의 다른 지역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동식물과 자연 풍광을 갖게 됐다.
책은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상륙하기 전 잉카와 아즈텍의 원주민 문명 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유럽인들이 들어오면서 일어난 변화, 열강의 식민지배와 그에 대한 저항 등 라틴아메리카가 걸어온 영욕의 길을 설명한다.
지은이는 멕시코나 페루의 정복에 관한 일반적 편견, 즉 뛰어난 문명을 가진 유럽의 일부 세력이 철이나 말(馬), 수레도 알지 못하던 미개 민족을 단숨에 제압했다는 식의 시각을 부인한다. 아즈텍이나 잉카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굴복한 게 아니라 장기간 싸웠으며, 그들의 문명은 그렇게 원시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유럽인의 침입에 맞서는 저항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20세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의 힘이 라틴아메리카 깊숙이 침투하면서 벌어진 충돌, 예컨대 쿠바 미사일 위기나 남미 여러 나라 사회주의 혁명의 좌절 등을 거론한다. 이와 함께 노벨상 수상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비롯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이룩한 빛나는 성취를 언급하고 라틴아메리카의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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