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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계를 바꾼 지도

입력
200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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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윈체스터 지음·임지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1만8,000원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인들은 세계가 기원전 4004년 10월23일 오전 9시에 순식간에 창조됐다고 믿었다. 성서에 기초한 이런 세계관을 바꾼 것은 다윈의 진화론과 윌리엄 스미스(1769∼1839)의 '지질도'였다.

이 책은 세계 최초로 1815년 영국에서 '지질도'를 만들어 인류가 과학적 세계관을 가질 수 있게 한 스미스의 일대기이다. 그의 지질도와 화석 연구는 다윈의 생물 진화 연구의 촉매가 됐으며 인류가 세계와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했다. 영국의 산업혁명도 그의 지질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국 옥스퍼드셔 처칠에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공식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18세에 우연히 측량 기사를 직업으로 택하면서 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운하와 철도 건설 작업을 통해 암석을 연구했으며 20여년 간 영국 곳곳을 직접 걷거나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지질 구조를 일일이 관찰해 지질도를 완성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빚을 져 감옥에 갇히게 되고, 경쟁자들에게 업적을 통째로 도둑맞는 등의 불행을 겪는다. 그는 수년 간 여관과 마차역에서 잠을 자면서 영국 북부지방을 떠돌았으나 땅에 대한 관심은 꺼질 줄 몰랐다. 한 귀족의 도움으로 12년 만에 업적을 인정 받고 국왕으로부터 평생 연금을 받는 등의 영예를 누리며 생을 마쳤다. 그는 '영국 지질학의 아버지'로 기록됐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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