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담고 있는 '평화번영정책'과 DJ정부 '햇볕정책'(대북포용정책)의 차이점이 분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오전(한국시각) 기내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고 언급한 것이 신·구 정부의 차이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평화번영정책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햇볕정책과 기조를 같이 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협을 상정했다는 점에서 취임 초에는 도리어 햇볕정책보다 적극적인 포용정책이라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 적용된 방법론 측면에서는 분명한 차별성이 드러나고 있다.
핵심적인 부분은 북핵 문제와 경제협력사업의 연계 방침이다. 이는 북한이 핵 문제에 관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DJ 정부가 국내 또는 미국측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사안을 병행 추진해왔던 점에 비추어 상당한 변화다. 19일로 예정된 5차 남북 경협추진위에서는 이러한 색채가 더욱 진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10차 장관급회담에서도 대북협력사업과 핵 문제의 연계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다른 변화는 한미공조를 남북공조에 우선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때로 북측을 고려해 한미간 외교 마찰까지 감수했던 점과 대조된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추가적 조치 검토'에 동의한 것은 물론 북한이 부인하고 있는 마약거래와 위조지폐 유통 등을 사실로 인정함으로써 대북정책 기조를 부시 미 정부에 맞추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전략적 상호주의'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보유 언급, 이라크전 종전 등 상황이 변화했을 뿐 틀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최근 들어 노무현 정부가 북측 태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돼온 평화번영정책 자체가 변화한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