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업계도 '세대교체'가 무척이나 빠른 곳이다. 지난 해 이용호 게이트, 김홍업·김홍걸씨 사건 등이 터졌을 때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곳이 재야 법조계였다. 내로라 하는 거물급 변호사들이 검찰청사와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요즘 변호사 업계에 또 한번 '사정 특수'가 생겼다. 특검과 검찰이 대북 비밀송금 사건과 나라종금 사건 등을 잇따라 수사하면서 서초동에도 생기가 돌고 있다. 대형 사건의 피의자들이 대부분 돈 있고 힘있는 유명 인사들인 만큼 변호사도 '특급'을 찾는다. 이들이 자신을 변호해줄 최적임자로 찾은 '능력 있는 변호사'들은 누구일까. 한결같이 3월 검찰 인사파동 때 옷을 벗은 사람들이다. 최소한 '검사장' 배지를 달았던 사람들이라야 명함을 내민다. 법조계에선 이들이 검찰을 떠날 때 "한꺼번에 개업해 고생하겠다"고 걱정했는데 이는 기우였다.경험칙에 따르면 이들 유명 인사들의 사건이 법원으로 가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슬그머니 뒤로 빠지고 최근에 법원을 나간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울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검찰(법원)을 나왔으니 끗발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와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이 결합한 합작품인 것이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심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씁쓸한 법조계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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