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회담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파격적인 우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첫 회담에서 양 정상이 느낀 친근감과 신뢰는 부시 대통령이 아버지의 조언을 화제로 삼은 데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부시 대통령은 만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 자리에서 "우리측 장관들이 이미 노 대통령을 만났고, 아버지도 전화를 걸어와 노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 좋은 사람이다. (두 사람이) 참 잘 맞을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이렇게 만나보니 정말 그렇다"며 "내일 아침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아버지 말이 맞았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월 방한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했었는데, 이 자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내 아들은 내가 잘 안다"면서 "(정상간) 개인적인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언했다.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은 "확대 정상회담도 거의 대부분 정상간의 격의 없고 진솔한 대화로 채워졌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물었고, 노 대통령은 "예전엔 요트도 탔는데 이제부터 골프를 해볼까 한다"고 답했다. "골프 실력이 어느 정도냐"며 화제가 이어졌고 부시 대통령이 "지난 번에 한국에 가 보니 좋은 골프장이 많은 것 같더라"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방한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다"고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우정과 노 대통령의 지도력을 위해서 건배하자"라며 건배를 제의하는 것으로 확대 정상회담을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단독 정상회담이 끝난 뒤 통역만 대동한 양 정상간의 단독요담을 먼저 제안한 것도 미국측이었다. 37분간의 단독 정상회담 이후 5분간의 단독요담이 이어졌고, 양 정상은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예정에 없던 공동회견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공동회견이 끝나고 확대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이례적으로 노 대통령을 안내, 링컨 대통령이 사용했던 침실 등 10여분간 백악관 2층을 둘러보게 했다.
이해성 수석은 "단독요담이 5분간 진행됐고, 여기서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수석은 또 "단독 정상회담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말을 하면서 친근하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주도해갔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워싱턴=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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