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부터 우리 조합원들이 그토록 절박하게 생계난을 호소했을 때 어느 누구 하나 거들떠 보기나 했습니까."15일 오후 부산 신선대 부두에 복귀한 60대의 화물연대 조합원은 "25년간 트럭 뒷 칸에서 새우잠을 자가며 운전대를 잡았지만 남은 건 3,000만원이 넘는 빚뿐"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파업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지만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일터에 복귀한 조합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제 한번 해보자"고 서로 격려하며 밀린 숙제하듯 비지땀을 흘렸다. 5일 동안 이어진 파업으로 4단까지 올라간 컨테이너 속에서 운송 순번을 기다리는 이들의 얼굴은 모처럼 환한 모습이었다. 파업기간 내내 종종걸음 쳤던 부두 회사 사람들도 누구보다 이들을 반겼다. 쑥쓰러워 하는 조합원들에게 다가가 두 손을 붙잡고 "고생했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회사 손실도 크고 그동안 공들여 쌓은 부산항 이미지가 실추될까 마음 졸였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니지 않느냐"며 안도했다.
그러나 이날 조합원들을 쳐다보는 부산 시민들의 시각은 그리 곱지 만은 않았다. 한 시민은 "뚜렷한 전략도 없이 화물연대에 끌려 다닌 정부나 국가 경제를 볼모로 불법행동을 한 조합원들이나 먼저 자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항은 활기를 찾아가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는 아직도 많다. 드러난 문제들을 검토해 보완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지만 조합원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동북아 중심 항만의 지위는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창배 사회2부 기자 kimc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