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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스쿠버/ 나경원 변호사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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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스쿠버/ 나경원 변호사 체험기

입력
200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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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한여름을 시원한 바다 속에 들어가 시간제약 없이 자유롭게 날 수 있다면.'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면서 벌써부터 이런 상상의 나래가 도시인들을 자극한다. 스킨스쿠버다이빙이 이 같은 원초적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면 지나칠까.9일 오후2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다이빙수영장. 산소통을 짊어진 스쿠버동호인 수십명이 '퐁당퐁당' 물속을 들락거린다. 여 변호사 나경원(40)씨도 들뜬 표정으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당시 서울행정법원 판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정책특보로 발탁되면서 겪은 100여일간의 정치여정을 뒤로 한지도 벌써 5개월여. 나씨는 올 2월 서초동에 법률사무소를 열고 변호사로 변신했다.

"선거운동과 변호사 개업으로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어요. 이렇게 수영장을 찾으니 포근한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몸과 마음이 상쾌하네요." 나씨에게 수영은 고시 공부의 외로움을 이기고 극기하는데 힘을 준 인생의 동반자나 다름없다. 동네 독서실에서 육법전서와 싸우는 와중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영장에 다녔기 때문이다. "고시를 체력전이라고도 하잖아요. 건강관리도 당락의 중요 변수지요. 저는 사람이 많지않은 점심시간에 가까운 수영장에 가서 '30분동안 쉬지않고 헤엄친 뒤 빨리 밥 먹고 오기'를 3년 동안 반복했어요." "일상에 묻히기 보다 새로운 삶을 체험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했었다는 나씨가 이날 올림픽공원 수영장을 찾은 것도 단순한 수영이 아닌 스킨스쿠버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맥주병에게 딱 맞는 레포츠예요'

스킨스쿠버(Skinscuba)다이빙은 스킨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을 합친 용어. 스킨다이빙은 잠수복을 입지 않은 채 맨몸에 스노쿨(숨대롱) 수경 오리발 등 기본장비를 착용하고 얕은 물속풍경을 즐기는 것. 스쿠버란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수중호흡장비(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의 머릿글자를 모은 것이다. 스쿠버다이빙은 공기통, 자동호흡 조절기 등을 사용해 더 오래 더 깊이 잠수하는 레포츠인 셈이다.

나씨는 접영을 제외하면 수영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스킨스쿠버는 처음이었다. 전문교육기관 산호수중의 윤상필 대표는 "물에만 들어가면 꼬르르 가라앉는 '맥주병'이라고 겁 먹을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잠수 전문가인 맥주병처럼 잘 가라앉는 것도 스쿠버 기술이죠"라며 강습을 시작했다. 잠수복 차림의 나씨는 장비를 착용하고 풀속에 들어갔다. 스노쿨 길이는 30㎝쯤. 아래쪽은 권투선수의 입에 물리는 마우스피스처럼 생겼다. 스노쿨의 윗부분이 수면 위로 나오게 돼 있어 얼굴은 물속에 있어도 숨을 쉴 수 있다.

첫 단계는 오리발 신고 25m 왕복하기. 오리발 젓기는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았다. 수면에 떠서 무릎을 굽히지 않고 두발을 젓는게 쉽지 않은 데다 숨도 급하게 들이쉬고 내뱉다 보니 스노쿨로 물이 들어와 호흡을 조여왔다. 헐떡거리는 나씨에게 강사는 "숨쉬기는 얕게 3번 들이쉬고 내뱉을 때 '투' 소리를 내며 강하게 뱉어야 스노쿨 속에 들어온 물이 위쪽으로 밀려 나가게 된다"고 설명해줬다. 온화한 겉모습과 달리 한번 목표한 일은 끝장을 보고마는 평소 성격처럼 나씨는 결국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났지만 연습을 중단하지 않았다.

'물속엔 또 하나의 세상이 존재했다'

1시간쯤 지난뒤 본코스인 공기통 메고 잠수하기에 들어갔다. 가장 유념해야 할 사항은 수압과 체내기압의 균형을 맞추는 일. 비행기 착륙때 겪는 귀의 고통과 똑 같은 일이 닥친다. 나씨가 잠수풀 중간쯤에서 허리를 90도로 꺾어 수심 5m의 심연으로 들어갔다.

'뽀르륵 뽀르륵∼.''후욱 후∼.' 세상이 닫혀버린듯한 느낌. 바닥까지 내려가자 나씨의 머리가 어지럽고 귀가 아파온다. 배운대로 손으로 코를 막고 콧속으로 공기를 힘껏 불어넣어 귀를 뚫리게 하는 '이퀄라이징'을 계속했다. 호흡기의 공기방울 소리와 거친 들숨 날숨 소리. 망망대해에 뚝 떨어진 느낌에 공포심이 엄습하지만 두려움을 떨쳐내자 물안경 너머로 푸른 별천지가 펼쳐진다. 위로는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사람들이 떠다니고, 주위에는 딥 다이빙(Deep Diving·해저 잠수)을 연습하는 사람들이 자세를 교정하고 있다.

"10㎏에 달하는 공기통을 짊어졌지만 무중력 상태의 우주인처럼 몸에 전혀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또 다른 세상에 온 듯 묘한 쾌감이었어요." 5분여 잠수체험을 마친 나씨는 "잠수풀에서도 이 정도라면 바다 속 황홀경은 어떨지 어렴풋이 상상이 간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올 여름 휴가때는 신비로운 바다속에 들어가 땅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어요." 나씨의 마음은 벌써 한여름 바닷가에 와 있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스킨스쿠버, 이래서 좋다

스킨스쿠버가 뭐가 그렇게 좋을까. 백두산 천지를 탐사했던 산호수중의 윤상필(사진) 대표는 "세상의 전부를 다 본 느낌"이라고 잘라 말한다.

수중세계는 무중력이기 때문에 지상의 평면이동이 아닌 공간이동을 할 수 있어 전혀 다른 느낌을 맛볼 수 있다. 형형색색의 산호초를 감상하고 다양한 생물들과 교감을 나누다보면 20∼3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세상사를 잊고 바닷속의 아름다움에 취하게 된다는 것. 올림픽공원 수영장의 한 마니아는 "직접 경험해본 사람은 중독되기 마련"이라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눈을 감으면 그 잔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전했다.

스킨스쿠버는 건강도 지켜준다. 윤 대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수압을 받아 전신 마사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며 "자연스럽게 폐활량을 키워주는 등 심폐기능이 좋아져 힘든 일을 해도 쉽게 지치지 않게 된다"고 권했다. 이밖에 관절의 유연성 향상과 하체근육 강화는 물론 수중에서 압력을 받으면서 무게중심을 잡으려면 칼로리 소비량이 많아 몸매관리 효과도 만점이다.

스킨스쿠버를 즐기려면 다이버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내외 여행지에서 장비대여가 가능하다. 초급 다이버의 경우 생각보다 쉽게 '바다에서의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다. 실내풀에서 하루 2시간씩 4일 정도 강습과 해양실습을 하면 국제 공인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다는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산호수중의 경우 직장인들을 위해 매주 토,일요일 오후2∼4시 교육을 실시한다. 우선 물안경과 숨대롱, 오리발만 착용하고 수면에 떠다니는 스킨다이빙 과정을 배운뒤 기본기를 익히면 공기탱크와 부력조절기 등을 갖추고 본격적인 스쿠버다이빙에 들어간다. 장비 대여를 포함한 회비는 30만원. 문의 산호수중 (02)478―2663 대한수중협회 (02)420―4293 올림픽공원 수영장 (02)424―0735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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