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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일그러진 "젊은 날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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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일그러진 "젊은 날의 초상"

입력
200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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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기저기서 20대 위기라는 말이 들려온다. 20대 경제활동인구 10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이고 1.2명이 신용불량자라 한다. 대학생만 해도 4명 가운데 1명은 휴학, 중퇴 또는 제적생이다. 이제 취업을 위해 해외연수를 다녀오고 졸업을 미루는 '대학 5학년'은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100인 이상 기업의 60%는 아예 신규채용계획이 없다는 우울한 소식만 들려올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도 전국 10만 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확실한 취업보장과 '신분 상승'의 꿈을 위해 고시에 매달리고 있고 대학은 취업학원이 된지 오래다. 나 역시 그 10만 명 중의 하나란 사실에 중압감이 밀려온다.얼마 전 이문열씨의 '젊은 날의 초상'을 읽었다. 80년대 많은 젊은이들이 감동 받았다는 소설이라고 했지만 내겐 이상하게 낯설었다. '세대 차이'랄까, 소설 속 배경이 요즘과 너무도 달라 이질감마저 느꼈다. 그보다 내가 소설을 읽고 주목한 건, 나를 비롯한 '우리 젊은 날의 초상'이었다. 소설 속의 20대 문화가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찾기 위한 치열한 투쟁과 '신과 인간'을 논하던 나름의 낭만도 있었다면, 지금 우리 20대의 문화는 인터넷, 개인주의, 물질숭배 등의 경향 말고는 뭐라 특징지을 수조차 없는 듯 하다. 지금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민주화된 사회를 마치 '밤새 내린 눈'처럼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찬찬히 살펴보면 20대 위기는 그저 취업률이 회복되는 차원에서 풀릴 게 아니다. 간과하고 있을 뿐 20대가 겪는 정신의 위기, 문화의 위기는 더 큰 문제다. 우리 세대가 직면한 문화상실의 위기를 해소하는 길은 무얼까. 정신을 강조하고 낭만을 부활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전을 읽고, 철학과 예술에 빠져 보기도 하고, 학생운동과 선거운동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은 20대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지난 월드컵 때 보여준 역동적인 에너지를 우리들만의 문화를 창조하는데 다시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나중에 우리 20대가 정신은 없고 물질만 추구했던 '일그러진 젊은 날의 초상'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과연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소설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정신이 쇠퇴해 버린 후에도, 물질은 끊임없이 비대해 마침내 그 둘은 치명적인 불균형에 다다른다. 몸무게의 만 분의 일도 안 되는 뇌를 가지고 있었다는 중생대의 어떤 공룡처럼…."

정 탁 윤 전 충남대학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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