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회담은 그 동안 양국의 의견이 갈라졌던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한미 정상은 우선 미래 한미동맹의 방향을 '역동적이고 포괄적인 동맹'으로 확대 발전시키기로 했다. 이는 북한만을 상정한 현재의 방위동맹을 뛰어 넘어 테러 마약 환경 인권 등 각 분야의 협력을 전제로 하는 '포괄동맹'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패러다임 변화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은 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 주한미군 재배치를 급속도로 진행하려던 미군측의 고속질주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거는 성과를 거뒀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군의 강력한 전방주둔 배치'라는 언급을 통해 미국의 한국방위에 대한 공약을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는 사실도 국민적 안보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국방부 차영구 정책실장은 "그 동안 미국의 일관된 입장은 2사단도 용산기지와 마찬가지로 조속히 이전한다는 것이었다"며 "앞으로 한국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주한미군 문제가 한국민의 정서를 고려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할 뿐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측이 요구했던 '북핵 문제 해결 이후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가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미국이 언제든지 2사단 문제를 다시 이슈화 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평가다.
외교안보연구원 김태효 교수는 "미 2사단의 조속한 후방 이동 등으로 인한 북한의 심리적 오판 가능성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는 있지만 해외주둔 미군의 군살을 뺀다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주한미군 문제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서울 용산기지의 이전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협의 1차 회의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조속한 이전'이 합의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올해 안으로 용산기지 이전안을 확정 지을 예정인데 상징적인 차원에서 올해 안에 용산기지 일부가 주한미군의 '허브'로 꼽히고 있는 오산·평택기지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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