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은 사우디 아라비아 연쇄 폭탄테러 사건과 미 국내 소식에 밀려 미국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정상회담 소식을 2면에 전하는 등 대부분 주요 신문들이 회담 관련 기사를 1면에서 다루지 않았다.하지만 미 언론들은 2001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회담 결과를 '재앙'으로 표현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균형 있게 보는 분석을 내놓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예기치 않은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회담 결과를 설명한 미 정부 고위관리가 처음으로 베이징(北京) 3자회담을 '대성공(big success)'이라고 평가한 점을 들어 미 정부가 3자회담을 계속 이어갈 것임을 점치기도 했다.
이 신문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배제토록 하고 주한미군의 재조정을 중지시키려는 희망을 갖고 왔다"며 "미 정부는 한국의 두 가지 요청을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점에는 동의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의 평가는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이 신문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그러나 오늘 양국은 전략상의 차이를 명백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특히 "공동선언문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언제 어떤 식으로 높일지에 관해 막연한 외교적 수사를 담고 있다"며 "이런 막연함은 양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상이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두 정상이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서로를 도울 우정을 빠르게 쌓았다고 말한 점을 상기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오늘 북한의 핵 물질에 대한 검증이나 생산 중지 등을 꺼내지 않았으며 김정일이란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NN 등 주요 방송과 신문들은 일제히 노 대통령이 대북 선제공격론을 미국의 선택 방안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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