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이하 한국시각)에 이뤄진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회담에 대해선 "무난한 성공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핵 대처 및 주한미군 재배치 등 현안에 있어서 예상대로 양측의 입장이 절충된 형태로 공동성명에 반영됐다. 이는 당면한 현안에 대해 당장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회담의 성과는 구체적 현안보다는 처음으로 만난 두 정상이 그 동안의 오해와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신뢰구축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인간적으로 매우 가깝게 될 수 있었다" "서로 신뢰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상 노 대통령), "우리는 인간적인 관계를 갖게 될 것" "대화하기가 편안한 상대"(이상 부시 대통령)라는 등의 표현으로 친밀감을 표시했다. 국내 일각에서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노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 급속한 대미(對美) 접근 자세를 보여준 것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정상간의 신뢰구축은 향후 모든 정책조율이 그만큼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동성명의 문안에 담긴 정신도 현안의 해결과 함께 양국의 미래지향적 가치 실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두 정상이 한미 동맹 50주년을 맞아 앞으로 동맹의 범위를 군사 분야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로 확대, 심화함으로써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간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 현안에 있어서는 앞으로 한미 공조 및 정책 집행과정에서 적잖은 한계를 노출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한반도에서의 위협 증대시 추가적 조치 검토', '북한 핵 문제 전개상황을 고려한 남북 교류·협력 추진' 등이 삽입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미 행정부 내에는 여전히 선제공격 등 군사적 수단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있다. 뿐만 아니라 평화적 해결의 수단에 경제제재 등도 포함된다는 것은 미국측 인사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미국 언론이 이번 회담 결과를 두고 '군사적 옵션이 배제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어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 대해 "매우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것과는 달리, 현안에 대한 미국측의 요구와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형태로 절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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