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시골 냇가에서 잡았던 올갱이. 어른들은 해장에 좋다고, 아이들은 껍질 까먹는 재미로 시간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서울 인사동 뒷골목에 있는 '풍류사랑'은서울에서도 드물게 경북 영천식 올갱이 요리를 고집하는 식당이다. 대표 음식은 '고디국밥'. 다슬기라고도 하는 올갱이는 경상도에서는 '고디'라 부르는데 맛과 조리법이 달라 이름도 달리 붙였다.
올갱이국 하면 보통 올갱이 삶은 국물에 된장만 풀어 놓은 것을 떠올리는데 '고디국밥' 국물은 보기부터 특이하다. 국물이 더 진하고 뻑뻑한 느낌을 준다. 국물에 들깨 가루를 듬뿍 넣은데다 쌀가루와 고춧가루도 더해지기 때문이다.
올갱이를 삶은 파란 빛의 국물에 갈은 들깨를 부드러운 체에 걸러 넣어 국물이 껄끄럽지가 않다. 주인 최동락(49)씨가 어릴적 고향에서 엄마가 해 주던 방식 10년째 그대로 이어오는 비법이다.
최씨는 "경북 지역에선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은 탓에 맛보다 영양을 중시한다"고 설명한다. 담백한 맛 보다는 뻑뻑한 국물이 배를 든든하게 하는데 치중했다는 것. 그래서인지 한 모금 들이키기만 해도 힘이 솟는듯 하다.
지금 이 음식은 영천 지방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메뉴다. 국물을 끓이는 시간 내내 들깨가 타지 않도록 계속 저어줘야 하기 때문. 조리과정에서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든다는 것이 많은 식당에서 이 음식을 포기하는 이유다.
약한 된장에 끓인 국밥도 하는데 이집에서는 이를 '올갱이국밥'이라고부른다. 고디비빔밥과 고디 쌈밥, 집에서 손수 담근 청국장과 콩비지도 자랑거리. 최근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는 등 풍류를 즐기는 주인 최씨는 "음양오행에서 파란색은 '간'을 뜻하며 삶으면 파란 색을 띠는 올갱이는 간에 좋다"고 소개한다. 국밥 한그릇 5,000원. (02)730―6431
/박원식기자
맛★★★★☆ 분위기★★★★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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