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남녀 모두 15세가 되면 예복을 입고 성인이 되는 식을 올렸죠. 그날 입는 관례복은 밝고 차분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한복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針線·바느질) 이수자인 박영애(39)씨가 성년의 날(19일)을 맞아 16일부터 6월9일까지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전통공예관(02―2266―6937)에서 전통 관례복전을 연다. '옛날에 성인이 될 때는'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박씨는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지은 30여 점의 전통의상과 소품을 선보인다.
그는 "관례는 관혼상제의 첫 관문인 만큼 진행절차가 복잡하다"며 "초가(初加)―재가(再加)―삼가(三加) 등의 단계마다 의복이 다르고, 또 관례를 올리는 사람의 부모와 주례자의 의복도 따로 만들어 입었다"고 소개했다. 남자는 사규삼, 검정색 도포, 난삼(欄杉) 등의 외투를 차례로 갈아입고, 여자는 덧저고리인 배자(背子) 안에 녹색 저고리와 붉은색 치마를 입었다는 것. 이런 의식이 끝난 후에야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비녀를 꽂아 이제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임을 알렸다.
박씨는 "6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전시준비를 해왔다"며"옷감을 골라 재단해 족두리 사모 등 소품까지 직접 만드는 동안 선조들의 깊은 미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세대 주부에 속하는 그는 1986년 무형문화재 침선장인 정정완(92)씨의 강의를 들은 후 전통 바느질에 푹 빠졌고 정씨로부터 재능을 인정 받아 9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수자의 길에 들어섰다.
"97년 결혼하기 전에 남편 혼례복은 물론 아이들 돌·백일복 등 10여벌을 미리 만들어 혼수로 삼았고, 요즘도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옷을 짓는다"는 그는 바느질을 수도에 비유했다. "아무리 화가 날 때도 바늘만 잡으면 법당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또 정성을 들인 만큼 표시가 나는 게 우리 바느질의 참 매력입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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