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샘터'가 6월호로 지령 400호를 맞았다. 1970년 4월에 창간돼 햇수로 33년이 된 국내 최장수 잡지다. 김재순 전 국회의장(78·현 샘터 고문)이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표방하고 창간했다.'샘터'는 손에 잡기 알맞은 작은 크기에, 보통 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와 일상의 행복을 담아 왔다.
그 동안 매호 평균 50명, 연인원 2만여 명이 샘터에 글을 썼다. 그 중에서도 수필가 피천득(94), 법정 스님(71), 소설가 최인호(58), 시인 이해인 수녀(58), 2001년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 등은 20∼30여 년간 샘터에 글을 써온 대표적인 필자들이다.
피천득 선생은 20여 년 전 "나이 먹어서 했던 소리 되풀이하는 것만큼 추한 게 없다"며 산문 절필을 선언하기 전까지 꾸준히 샘터에 글을 썼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방을 그대로 샘터 사옥으로 옮겨 달라는 그의 요청에 따라 샘터사는 3년 후 쯤 경기 파주에 세워질 새 사옥 설계도에 이미 그의 방을 잡아 놨다.
최인호는 1975년 9월호부터 지금까지 연작소설 '가족'을 연재, 지령 400호인 이번 6월호에 제 333회분을 싣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김재순 당시 샘터사 대표는 "샘터가 없어지거나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재하시오"라고 말했고, 최인호씨 역시 "삶이 다 하는 날까지 '가족'을 계속 쓰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셈이다.
정채봉과 샘터의 인연도 특별하다. 그는 1978년 샘터사 편집부 기자로 입사해 죽을 때까지 24년간 '샘터'를 지켰고 지금은 그의 외동딸이 샘터사 기획출판부 사원으로 대를 이어 일하고 있다.
15일 발행된 샘터 400호는 피 선생과 김 고문, 법정 스님과 최인호씨의 대담을 특별기획으로 실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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