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개막 예정이던 동아시아연맹컵이 연기됨에 따라 본격적인 코엘류호의 맛과 색깔을 음미할 기회도 늦춰지게 됐다.모든 축구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다듬기 위해 고민하기 마련이다. 1998년 8월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나도 전임 차범근 감독과는 다른 무언가를 추구했다. 당시 나는 2002한일월드컵에 대비한 중장기 계획도 짜놓았다. 계획의 키 워드는 '유럽의 벽 넘기'였다. 그 벽을 넘지 못하면 '월드컵 16강'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젊고 체력이 좋은 선수들을 선호했고 이런 이유로 이영표와 설기현 송종국 등을 주저없이 발탁했다.
코엘류 감독도 2006독일월드컵에 초점을 맞춰 놓고 자신의 색깔을 입히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고 있을 터이다. 독일월드컵 때 누가 사령탑을 맡느냐는 차후 문제고 국가대표팀 최대의 목표는 언제나 월드컵이기 때문이다.
'톱니바퀴 패스'를 화두로 내놓은 코엘류는 포르투갈 대표팀을 벤치마킹 하고 있는 듯 하다. 정교한 패스와 미드필드에서의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은 2000유럽선수권 때 포르투갈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코엘류가 이끈 포르투갈은 피구와 콘세이상, 핀투 등이 이 같은 역할을 훌륭히 수행, 4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동아시아연맹컵에서의 코엘류 실험은 미뤄졌지만 이 대회에서 6월3일로 예정됐던 한일전은 '친선경기'형식을 빌어 계속 추진된다니 이 때 어느 정도 윤곽은 가늠할 수 있어 다행이다. 사실 코스타리카(0―0) 일본(0―1)과의 두 차례 평가전은 코엘류의 말처럼 손발을 맞추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 그야말로 맛보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두 경기에 비해 충분한 훈련을 했고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만큼 6월3일 한일전에선 태극호의 밑그림은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한일전 패배 설욕도 간과할 수 없는 '현안'이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이 더욱 중요하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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